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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광주 상의회장에 들어본 ‘지방경제는 지금…’

입력 | 2004-11-28 18:50:00


《전국 69개 지방상공회의소 회장단이 26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방경제가 죽어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들은 또 “내수(內需) 대목인 연말에도 지방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면 금융사정이 악화돼 지방경제는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방상공인들이 한목소리로 어려움을 호소한 지방경제의 현실은 과연 어떤가. 본보는 이번 기자회견에 직접 참석한 노희찬(盧喜燦·61) 대구상의 회장과 마형렬(馬亨列·67) 광주상의 회장을 28일 전화 인터뷰했다. “정말로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는 이들의 말에는 진한 위기감이 배어 있었다.》

▼노희찬 대구상의회장▼

“부도 업체가 급증하고 공장을 폐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노희찬 대구상의 회장(사진)은 이대로 가면 대구지역은 ‘섬유도시’라는 간판을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고 하소연했다.

―전반적인 대구 경기는….

“해마다 어려웠지만 올해는 특히 고유가 및 원자재 가격 폭등, 원-달러 환율 급락(원화가치 상승) 등으로 더욱 어렵다. 부도를 면한 업체는 그나마 공장문을 닫고 세를 놓지만 세입자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서민 경제는 어떤가.

“내수 경기가 최악의 상황에 접어들면서 재래시장, 유통, 서비스산업 등 서민경제도 바닥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점포를 내놓아도 들어오는 사람이 없다. 유지가 안 되기 때문이다. 지방에서는 요식업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데 문 닫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현재 80% 정도가 적자 경영을 하고 있다. 숙박업도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한숨만 쉬고 있는 상황이다.”

―시민들의 분위기는 어떤가.

“대구지역 경제의 76%는 내수 경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영세 유통업이나 서비스업이다. 경기가 앞으로 얼마나 더 나빠질지 점치지 못하겠다는 사람이 많다. 한마디로 분위기가 흉흉하다.”

―정치권이나 정부에 바라는 점은….

“그동안 정치권이나 정부의 대책은 타이밍이 맞지 않거나 접근 자체가 잘못됐다. 적절한 대책을 서둘러 내놓지 않으면 지방 경제가 완전히 와해되어 뒤늦게 처방을 내놓아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심리적으로 침체되면 더 나빠진다. 정치권과 정부는 어려운 현실을 인정하고 경기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국회의원들은 직접 지방에 내려와 현지 실상을 느껴봐야 한다.”

▼마형렬 광주상의회장▼

“광주 시내 택시운전사들은 한 달에 50만∼60만원으로 먹고 살고 있습니다.”

마형렬 광주상의 회장(사진)은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광주지역 택시운전사들이 한 달에 100만원의 매출도 못 올린 지 오래됐다”며 “사납금을 내고 나면 남는 돈은 정부의 월 최저임금(56만7260원) 수준”이라고 전했다.

―지역경제의 실상을 전해 달라.

“택시는 말할 것도 없고 음식점도 중산층 이상이 다니는 몇 군데만 연명하는 수준이다. 밤이면 불을 밝히던 번화가도 요즘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까지 연출하고 있다. 먹고 사는 데 쪼들린 시민들이 외식도 하지 않고 일찍 귀가하기 때문이다. 미래가 불안해지면서 돈이 있어도 몇 만원이라도 아끼고 안 쓰려 하고 있다.”

―원인이 무엇인가.

“광주지역은 원래 전국 다른 도시에 비해 산업시설이 거의 없는 지역이다. 이 때문에 건설로 버텨왔다. 지역 내 건설 수요뿐만 아니라 서울 인천 부산 등 다른 지역에 자재나 중간재, 장비 등을 보내 그 마진으로 먹고 살았다. 그런데 정부가 광주 등 주요도시를 투기과열지구로 묶으면서 건설산업이 ‘올스톱’했다. 특히 광주를 투기과열지구로 묶은 것은 ‘앉아서 죽으라’는 얘기와 마찬가지다.”

―시민들의 분위기는 어떤가.

“민심은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들의 80∼90%가 ‘먹고 살게 해 달라’고 아우성이다. 솔직히 이 지역 시민들이 현 정권 및 여당 창출에 큰 역할을 했지만 요즘은 집권당의 인기가 많이 떨어졌다.”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정부는 이 지역에 대한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풀어야 한다. 또 지방자치단체가 요구한 예산도 적극 반영해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는 이 지역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라도 활성화해야 한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