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가 26일 의장 성명으로 한국 핵물질 실험 문제를 일단락 짓는 과정에서 정부 관계자들의 용어 설명 잘못으로 혼선이 빚어졌다.
IAEA 같은 국제기구에서 특정 사안을 마무리할 때는 크게 △결의안(resolution) △성명(statement) △요약(summary)으로 구분한다. ‘안보리 회부 결정’ 등 강도 높은 결론을 내릴 때는 결의안을 내는 게 보통이며 성명, 요약 순으로 강도가 낮아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논란은 의장의 발표가 ‘성명’인지 ‘요약’인지를 두고 빚어졌다. IAEA 사무국에서 배포한 성명서에는 ‘결론문(conclusion)’이라는 제목만 붙었을 뿐 ‘성명’이나 ‘요약’ 같은 제목은 없었기 때문.
최영진(崔英鎭) 외교통상부 차관은 이에 대해 “성명이다”고 명확하게 답했다. 의장이 “이렇게 성명한다(I state)…”라는 말로 결정된 사항을 읽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것. 의장 발표에 ‘성명’이라는 표현이 없었다면 이날 결론문은 ‘요약’이었던 셈이다.
이를 토대로 내외신 기자 대부분은 ‘의장 성명 채택’을 제목으로 기사를 작성했다. 그러나 잠시 후 한 외교 당국자가 한국 기자들에게 “사무국이 ‘요약’으로 유권해석을 내렸다”면서 기사 수정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일부 언론사는 급히 기사를 수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외국 대표단과 IAEA 관계자들에게 자문해 본 결과 이들은 “내용상 큰 차이는 없지만 요약은 분명 아니며 성명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에 일부 언론사는 기사 제목과 내용을 다시 수정하느라 인쇄 중이던 윤전기를 멈추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이를 놓고 회의장 주변에선 “결론문의 형식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다던 정부 관계자들이 이런 해프닝을 벌인 것을 보면 결국 형식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파리=금동근특파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