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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이성모]‘천성산 터널’외엔 대안없다

입력 | 2004-11-28 19:07:00

이성모


‘도롱뇽 소송’으로 알려진 경부고속철도 경남 양산시 천성산 구간 공사가 중단된 지 벌써 석 달이 지났다. 이미 1단계가 개통돼 운행 중인 경부고속철도는 국내외 전문가들이 20여년의 논의를 거쳐 노선을 확정한 대형 국책사업이다. 그러나 2010년 개통 목표인 2단계는 적기 개통이 불투명하다. 천성산 구간 등에 대해 시민단체와 환경단체들이 환경을 훼손시킨다며 반발하고 있고, 법원에 소송이 제기돼 수차례나 공사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형 국책사업이 지연된 과정을 보면 정부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정하기보다 시민단체의 주장에 기울어져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토목부문은 우리나라 기술자를 따를 만한 역량을 가진 나라가 그다지 많지 않다. 세계 각국에 우리 기술이 수출되고 있음이 이를 증명한다.

이러한 전문가들에 의해 계획된 천성산 터널을 보면 고속철도 대구∼부산 구간에 더 이상의 대안은 없다고 생각된다. 이는 관련 학회들의 정밀조사 결과와 일치한다. 물론 환경도 중요하다. 환경보호와 개발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관건이다. 그동안 시민단체들이 제기한 문제점들에 대해선 전문가집단에서 보완하고 있으며 이의 조속한 집행은 정부의 몫이다.

전문가를 배제하는 사회는 감성적 구호가 판치는 아마추어 사회다. 제대로 된 국가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공사 중인 대형 토목사업의 지연은 유지관리를 위해 하루 수억∼수십억원의 비용을 발생시켜 전체 투자비가 엄청나게 늘어나게 만든다. 국론 분열은 물론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이 발생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전문가는 전문성을 더 발전시키고, 시민단체는 전문가와 정부에 보다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하며, 정부는 미온적 정책집행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노련한 프로다운 자세를 견지하는 게 중요한 때다.

이성모 서울대 교수·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