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여권에 소지자의 신상정보가 담긴 칩을 내장키로 해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6일 보도했다. 이 신상정보 칩은 고속도로 전자통행증이나 빌딩 출입에 사용되는 ‘스마트카드’를 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의 개인용 컴퓨터(PC)와 비슷한 64KB의 정보를 담을 수 있다.
이 계획에 따르면 공항 출입국 심사대에는 안테나가 설치돼 수십cm 거리에 있는 여권 속의 칩 정보를 읽는다. 동시에 디지털카메라가 여행객의 얼굴을 촬영해 여권 칩의 정보와 대조한다는 것. 미국 정부는 지난달 이 같은 새 여권의 디자인 개발사업을 4개 관련업체에 발주했다.
그러나 미국민권연맹(ACLU) 등 일부 시민단체는 이 정보를 제3자도 쉽게 읽어 들일 수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칩에 내장된 정보에 암호기술을 적용해 출입국 심사 담당자 이외에 제3자가 관련 정보를 입수할 수 없도록 안전장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무부는 “스키밍이라고 불리는 비인가자의 정보 염탐행위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만 밝혔을 뿐 적용할 암호기술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한편 여권 내장용 컴퓨터 칩 개발업체들은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정부도 칩 정보를 읽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암호기술을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