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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전망대]김상철/이젠 FQ(경제지수)의 시대

입력 | 2004-11-29 17:55:00


‘세계의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줄리아드음악원에서 음악을 전공했다. 그런데도 20여년 동안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것은 어릴 때부터 주식 중개인이었던 아버지에게서 경제를 배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내에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조기 경제교육 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 시내 대형 서점의 어린이코너에는 만화나 동화 등으로 꾸민 어린이용 경제 관련 서적 30여종이 진열돼 있다. 어린이 경제캠프는 성황을 이루고 어린이를 위한 경제교육 전문 학원도 생겨나고 있다.

조기 경제교육은 자녀를 경제지수(FQ·Financial Quotient)가 높은 사람, 나아가 미래의 부자로 만들려는 부모의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FQ는 경제(또는 금융·Finance)와 지능지수(IQ)를 합친 신조어로 돈을 잘 관리하는 사람일수록 FQ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쉽게 말하면 인생을 사는 동안 ‘돈의 노예’가 아니라 ‘돈의 주인’이 될 수 있는 능력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가 하는 것이 FQ이다.

조기 경제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최근 경제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 같다.

종전에는 우수한 성적을 바탕으로 이른바 명문대에 진학한 뒤 대기업에 입사하거나 고시에 합격하도록 뒷바라지 하는 것이 부모가 자녀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미래 준비 코스였다.

그러나 대학 졸업자 2명 중 1명은 취직을 못하고, 설령 일자리를 얻더라도 정년 이전 퇴직을 일컫는 ‘삼팔선’ ‘사오정’ ‘오륙도’ 등에 시달리는 것이 현실이다.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하고 있는 신용불량자는 10월말 현재 365만여명에 이른다. ‘부자 되세요’는 가장 듣고 싶은 새해 덕담이 됐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자녀의 FQ 높이기가 미래에 대한 준비이자 투자로 새롭게 인식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특히 경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경제원리에 따라 생활하는 어린이가 많아지는 것은 장기적으로 국가 발전의 밑거름이 된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어떤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선택의 기회는 사라진다. 이때 희생되는 다른 선택 기회의 가치를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중국 음식점에서 자장면과 짬뽕을 놓고 저울질하다 자장면을 먹은 경우 짬뽕은 기회비용이 된다.

자녀의 FQ 높이기는 바람직하지만 돈 관리에 치중하면 기회비용이 커질 수 있다.

선택에 따르는 책임, 부모에 의존하지 않는 독립심, 시간이나 돈의 효율적 사용과 함께 불우이웃을 돕는 나눔까지 실천하는 자녀로 키우는 것이 올바른 FQ 높이기가 아닐까.

김상철 경제부 차장 sckim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