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이다. 삼성 김재하 단장이 전화를 걸어와 하소연 했다. 우리가 뭘 그리 잘못했기에 이렇게들 난리냐고 했다. 심정수와 박진만을 한꺼번에 영입한 것은 규정을 어긴 것도 아니고 100억원이 넘는 거금이라곤 해도 4년에 걸쳐 쓰는 것인데 상도의조차 없는 난장판의 주범으로 몰아가느냐는 것이었다.
가만히 들어보니 어디선가 많이 봤던 문구가 아닌가. 바로 SK 최종준 단장이 구단 홈페이지에 연재 중인 ‘굿모닝! GM’ 칼럼. 순간 기자는 입단속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자칫하다간 허구한 날 만나는 어른들 사이에 싸움을 붙이는 꼴이 될 테니.
그러고 보니 올 시즌 초 현대 정재호 단장이 문학구장에서 푸념을 늘어놓았던 기억도 났다. 정 단장이 애매한 기자를 장시간 붙들었던 이유는 임시 거처인 수원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현대의 연고지 이전 문제를 공격한 칼럼 내용 때문. 이 칼럼 역시 최단장이 썼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면 기록으로 남는 글은 최소한 그 열배는 간다. 사실 기자도 칼럼을 쓰면서 필화사건을 자주 겪었다. 우리 사회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기 때문에 쓰는 이의 주관이 들어가는 칼럼에는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이 있게 마련.
기자가 지난 주 썼던 ‘한국판 양키스’ 칼럼도 독자와 네티즌의 뭇매를 맞았다. 꽁꽁 얼어붙은 프로야구 판에서 그나마 유일하게 공격적인 투자를 해온 삼성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려 했던 게 기자의 의도. 그러나 이를 두고 어떤 이는 삼성의 사보 기자니, 하수인이니 하면서 매도했다.
잘잘못을 따지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 누가 뭐라 해도 핵심은 프로야구의 대승적 발전과 동업자 의식. 공교롭게도 세 단장의 말과 글에는 관점은 전혀 달랐지만 이 단어가 빼놓지 않고 등장했다.
그렇다면 문제는 없다. 프로야구에 스토브리그가 왜 있겠는가. 한 구단의 독식체제가 문제면 사석에서 날을 세우기보다는 이를 막을 수 있는 합리적인 장치를 마련하면 된다. 세 단장이 바로 그럴 권한과 책임이 있는 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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