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민속씨름의 대미를 장식할 천하장사대회가 LG투자증권 씨름단 선수들의 집단 기권으로 끝내 파행 속에 치러지게 됐다.
생존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을 요구하며 한국씨름연맹 사무실에서 단식 농성을 벌였던 LG 선수 16명은 1일 오후 농성을 풀었지만 곧바로 최홍만 백승일 등 주축선수 11명이 부상 진단서를 제출하고 대회 출전을 포기했다.
이에 따라 3일부터 사흘간 경북 구미에서 열릴 예정인 2004천하장사씨름대회는 현대중공업과 신창건설 두 팀만으로 치러지는 사상 최악의 파행 사태를 맞게 됐다.
팀 해체를 앞둔 LG 씨름단 선수들은 이날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 내 연맹 사무실에서 가족 등 50여명이 모인 가운데 최종 집회를 열고 3일간의 농성을 풀었다. 선수들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해 김경수 백승일 최홍만 염원준 모제욱 남동우 김기태 등 간판급 선수 11명의 부상 진단서를 연맹에 제출했다.
LG의 차경만 감독, 이기수 코치, 선수 대표인 백승일은 김재기 씨름연맹 총재를 만나 마지막 절충을 시도했지만 의견 접근을 이루지 못했다. 백승일은 “김 총재로부터 사태 해결을 위해 얻은 게 아무것도 없다. 또 선수 대부분이 부상 때문에 대회에 나가지 못하게 됐다”며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경미한 부상을 가지고 있으나 정신력으로 극복하곤 하는데 이제 우리는 의욕을 잃어 정신력마저 떨어졌다”고 털어놨다.
모기업이 매각되는 바람에 천하장사대회를 끝으로 팀이 공중분해되는 LG 선수들은 ‘제3자 팀 인수’ 등을 추진할 비상대책위원회를 연맹 내 정식기구로 구성하고 이를 천하장사대회 전 이사회에서 의결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한편 연맹측은 “출전을 포기하겠다는 정식 문서를 받은 게 아니라 진단서만 받았기 때문에 대회 개막 전까지 선수들을 설득해 보겠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현대중공업 신창건설 등 남은 두 팀만으로 대회를 강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