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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나바시 요이치 칼럼]‘日핵재처리’ 재고할 때

입력 | 2004-12-02 18:43:00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는 11월 29일 이란의 우라늄 농축활동을 비난하면서도 유럽 3국과의 동결 합의를 평가해 일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는 넘기지 않기로 했다. 이란의 ‘핵 위기’는 일단 고비를 넘겼지만 위기가 재연할 위험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허용되는 ‘평화 이용의 권리’를 주장했다. 사실 NPT 4조는 핵의 평화적 이용을 ‘뺏을 수 없는’ 권리로 인정하고 있다. 이란이 NPT를 위반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상태가 지속된다면 이란의 핵 능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NPT 체제의 근본적인 모순이 이번 사태로 여실히 드러났다.

돌이켜보면 NPT의 ‘무기한 연장’을 결정한 1995년이 NPT 체제의 절정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1998년에 이뤄진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실험, 2001년의 9·11테러, 그리고 2004년 국제 핵 암시장 적발 등이 겹치면서 NPT 체제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각 방면에서 NPT 개선안이 속출하고 있다.

△핵 비확산 규칙을 정부뿐 아니라 기업과 개인에도 적용해야 한다.

△평화 이용의 권리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고농축우라늄은 평화 이용도 금지해야 한다.

△암시장에서의 핵기술 취득 및 매각을 비합법화해야 한다.

어느 것도 실현은 쉽지 않다.

이란은 “일본에는 핵연료 재처리를 허용하면서 왜 우리는 못하게 하느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비핵보유국 중에서 일본만이 대규모 재처리를 통해 플루토늄을 추출하고 있다.

일본과 이란은 다르다. 우선 일본은 산유국이 아니다.

중국과 인도의 석유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원자력발전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따라서 핵연료 체제를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본 정부는 최근 ‘기존의 핵연료 재처리 정책을 유지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오모리(靑森)현 롯카쇼무라에 짓고 있는 재처리 공장은 내년 중 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를 시작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세계의 시선은 따가워질 것이다.

롯카쇼무라는 ‘일본 특별대우’의 상징적 존재로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란 북한 등 ‘핵 의혹국’에 불필요한 구실을 줄 우려도 크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세계 유일의 피폭국’인 일본의 경험을 살려 핵 군축과 비확산 촉진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한 의욕을 보였다. 핵보유국들인 P5(상임이사국)와 차별화해 일본의 사명과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그 뜻은 좋다. 그러나 ‘유일의 피폭국’과 ‘유일의 비핵 플루토늄 보유국’간의 괴리는 일본의 자세가 얼마나 어정쩡한지를 보여준다. 이런 것들이 일본에 대한 경계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을 일본 정부는 알아야 한다.

일본 정부는 국내 핵연료 정책과 핵 비확산 외교의 틀을 재검토할 때다.

다음의 3가지 가능성을 추구해야 한다.

△롯카쇼무라 공장의 운영을 국제적인 관리대상에 포함시킨다.

△한국 중국 러시아 등 인접 국가들과 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촉진하기 위한 원자력 이용 모델을 협의한다.

△핵보유국들을 상대로 핵 군축에 대한 적극적 노력을 촉구한다.

핵 비확산 외교의 ‘선두’에 서기 위해서라도 일본은 핵연료 재처리 계획을 일시 동결하는 게 바람직하다.

후나바시 요이치 일본 아사히신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