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의 유화 ‘별이 빛나는 밤’. 고흐가 묘사한 소용돌이치는 별의 모습은 과학자들이 분석하는 별의 탄생 및 진화과정과 놀랍도록 유사하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아름다운 밤하늘/쳇 레이모 지음 김혜원 옮김/256쪽·1만5000원·사이언스북스
“별을 세어본 지 얼마나 되셨습니까?”
기억조차 할 수 없다 해도 탓할 일은 아니다.
네온사인과 차량 불빛은 가물거리는 별빛을 지워버린다. 도시에서 밤하늘을 쳐다보기란 ‘출근시간에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현악4중주를 듣는 것’과 같은 일이 되어버렸다. 별빛 속에서 무한과 영원을 생각하던 저녁 시간을 우리는 어느 틈엔가 잃어버렸다.
오늘 밤, 접는 의자와 담요를 들고 한적한 시골로 나가 볼까. 저자는 속삭인다. “별을 바라보는 것은 시선과 소리와 향기, 모든 감각을 충족시키는 완벽한 경험입니다.”
휴대용 CD플레이어에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를 올려놓는다. “포르티시모 선율이 흐를 때 대폭발(Big Bang)을 목격한 듯한 황홀한 기분에 젖을 겁니다.” 베이스는 ‘하늘이 붉게 타오르네…’라고 노래한다. 은빛 별은 악보에 점점이 박힌 16분음표로….
과학자들이 묘사하는 우주 탄생과 흡사하다고 해서 놀랄 일은 아니다. 하이든은 1782년 천문학자 허셜을 찾아갔고, 그곳에서 보고 들은 우주의 경이로운 모습을 음악에 녹여 넣었다. 화가 고흐가 ‘별이 빛나는 밤’에서 묘사한, 소용돌이치는 별빛도 광기의 산물만은 아니다. 미술사학자들은 ‘별과 빛의 정체를 면밀히 연구한 결과’라고 그 강렬한 붓 터치를 설명한다.
이제 고흐처럼 별빛을 바라보며 상상의 날개를 펼쳐보자. 저 별은 얼마나 멀리 있을까?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만을 이야기하자면, 가장 가까운 ‘켄타우루스 알파’ 별이 42조 km 떨어져 있다. 지구가 포도 한 알 크기라고 가정해도 그 거리가 8만 km다.
별들의 수는 얼마나 될까? 태양이 속한 ‘우리 은하계’에만 1조 개의 항성이 있다. 눈을 돌리면 훨씬 더 다양한 신비가 하늘 곳곳에 점점이 박혀 있다. 황소자리의 플레이아데스 성단에서는 성운의 요람 속에 싸여 있는 ‘막 태어난’ 별들을 볼 수 있다. 별들의 위치도 변한다. 불과 1500년 뒤에는 오늘날의 직녀성이 ‘북극성’으로 불리게 된다. 전갈자리의 꼬리에 차를 붓는 ‘찻주전자’ 꼭지 근처에는 막대한 방사선과 에너지를 방출하는 지점이 있다. 많이 들어 익숙한 ‘블랙홀’의 자취다.
이렇게 하늘을 바라보며 우리는 무엇을 얻었는가. 저자는 안톤 체호프의 희곡 ‘세 수녀’에 나오는 마샤의 말을 인용한다. “아이들이 왜 태어나는지, 하늘에 왜 별이 있는지 모르는 삶을 거부해야 한다. 이러한 것을 모르고 살아간다면 모든 것이 바람 속의 먼지 같을 것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말도 인용된다. “인간은 불가사의한 자연과 만났을 때 우리의 지성이 얼마나 불충분한지 알 수 있는, 그 정도의 지성만을 갖고 태어났다.”
저자가 말하려는 메시지도 바로 그것이다. 수십억 년 전 죽어가는 별의 핵에서 생성된 원소들이 오늘날 우리의 몸을 이루고 있다. 지금 우리는 그 거대한 사건에 대해 명상한다. 이 신비로운 무한 앞에서 우리의 생명은 어떤 의미를 부여받는가.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새로운 낮과 밤을 맞이할 것인가.
원제 ‘An intimate look at the night sky’(2001년).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