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이방이 사또를 치리오/김광수 지음/190쪽·8000원·사계절
좋은 미술품을 만드는 데는 나름의 안목이 필요하다. 논술문을 작성하는 데도 마찬가지다. 정교한 논리 감각은 좋은 논술문을 쓰기 위한 충분조건이라 해도 좋겠다. 논리 감각이 떨어지는 학생은 관련 없는 논거가 튀어나오고, 논의가 엉뚱한 쪽으로 치달아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아채지 못한다.
논리학(logic)은 논리의 눈을 뜨게 해주는 학문이다. 우리는 논리학을 통해 오류가 생기지 않는 논증구조, 잘된 근거를 가려내는 방법, 설득력 있게 주장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어린 학생들이 추상적인 학문인 논리학에 접근하기란 어렵다.
오늘 소개할 ‘어찌 이방이 사또를 치리오’는 청소년들이 쉽게 논리에 접근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저자는 실용논리학인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의 권위자 김광수 교수.
논리는 “왜 그런가?”하는 질문에 제대로 된 설명을 하려는 데서 출발한다. 무력으로 잘잘못을 가름하려는 태도는 옳지 않다. 힘으로 잠시 상대를 누를 수는 있지만, 영원히 상대를 굴복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정당화된 참된 믿음’ 앞에서만 진정으로 승복한다. 논리만이 진정한 갈등 극복방법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이어서 이 책은 입증책임 등 논리법칙들을 예화와 함께 쉽게 풀어 준다. 소매치기가 경찰서로 잡혀 왔다. 지갑 주인은 지갑에 원래 20만 원이 들어있었다고 하지만, 소매치기는 3만 원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 경우 자신의 주장이 참임을 입증해야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저자는 여기에 필요한 여러 잣대를 제시해 준다. ‘문제를 지적받는 측보다는 지적하는 쪽이 먼저 입증책임을 져야 한다’ ‘공인된 사실에 대해 새로운 주장을 내세우는 측이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등등.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어느덧 일상의 여러 상황을 판별하는 데 필요한 논리적 잣대들을 체득하게 된다.
나아가 저자는 연역, 귀납, 가설, 유비(類比·analogy) 라는 추리의 네 가지 기본 틀을 착실하게 일러 준다. 머리 아플 법하지만 재미있는 삽화와 이야기들이 섞여 있어 술술 읽힌다.
책 곳곳에 서려있는 논리의 대가(大家)다운 견해도 돋보인다. 논리만으로는 상대의 주장이 잘못되었음을 밝힐 수 없다. 단지, 상대의 말이 ‘참이라고 받아들일 이유가 없음’을 보여줄 수 있을 뿐이다. 나아가 의심할 이유가 없는 한, 상대의 말이 일단 옳다고 인정하는 ‘자비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이해심과 사랑을 바탕으로 한 제대로 된 논리감각. 이 책으로 학생들이 갖출 수 있는 미덕이다.
안광복 서울 중동고 철학교사·학교 도서관 총괄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