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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이 천사]7년째 거리자선공연 가수 양선오씨

입력 | 2004-12-03 18:23:00

2일 오후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역 광장에서 자원봉사 가수인 양선오 씨가 공연을 하고 있다. 부산=최재호 기자


“언제나 내 곁에 같은 모습으로/영원히 있을 것만 같았죠/코끝에 스치던 그대 고운 머릿결/그 사랑스럽던 웃음소리도….”

2일 오후 5시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역 광장. 라이브 가수 양선오 씨(32)가 부르는 ‘니 눈물 내가 흘릴 수 있게’라는 노래가 겨울바람에 실려 잔잔히 울려 퍼졌다. 걸음을 재촉하다 양 씨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많았고 투명아크릴 모금함도 조금씩 채워졌다.

사단법인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산하 ‘음악세상’(회장 이재영)의 자원봉사 가수인 양 씨가 소아암 환자 치료비 마련을 위해 가진 공연은 이날로 591번.

“소아암 환자가 건강한 모습을 되찾는 상상을 하며 노래를 부를 때가 가장 행복해요.”

양 씨는 1998년 만들어진 음악세상의 창단 멤버로 7년째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주 1, 2차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거리공연을 해왔다. 지금까지 2억여 원을 모아 200여 명의 소아암 환자들을 도왔다. 최근에는 독집 앨범을 내고 수익금 전액을 협회에 기부하고 있다.

가수가 꿈이었던 양 씨는 제대한 뒤 라이브 가수 생활을 하다 카페 주인이던 이 회장과 불우이웃을 돕자는 데 의기투합해 1998년 2월 부산 북구 덕천로터리에서 첫 공연을 가졌다.

이후 백혈병에 걸렸지만 치료비가 부족해 애를 태우던 민아 양(가명·당시 6세)을 우연히 알게 되면서 소아암 환자를 위한 공연으로 전환했다.

양 씨는 “공연에서 마련한 기금으로 치료비를 보탠 뒤 민아 양이 완치됐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벅찼다”며 “남을 돕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 알게 됐고 힘들지만 지금까지 공연을 이어가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밤에는 라이브 카페에서 일하고 낮에는 음악교실 강사로 어렵게 가계를 꾸려가는 양 씨는 늘 부인 김준화 씨(28)와 딸(3)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음악세상 이 회장은 “요즘 세상에 이런 젊은이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양 씨는 자선공연에 열성”이라며 “모금공연이 중단되지 않도록 자원봉사 가수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음악세상 02-823-3644 051-333-9944 홈페이지 www.m-w.co.kr

부산=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