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간첩’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국내 탈북자들의 갖가지 행태가 드러나고 있다. 탈북자들이 북한에 돈을 보내거나 휴대전화를 거는 것은 ‘공개된 비밀’이라고 한다. 북한을 일시 방문해 가족과 명절을 보내고, 심지어 남쪽에서 받은 지원금으로 북한에 정착한 사례까지 있다니 놀라운 일이다.
북한의 가족에게 도움을 주려는 대다수 탈북자의 정(情)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탈북자들이 무분별하게 남북을 들락거리게 된 상황마저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안보상 발생할 수 있는 허점이다.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탈북자 대열에 간첩을 포함시킬 수 있다는 것이 이미 입증되지 않았는가.
국가정보원이 탈북자 수백 명에 대해 출국을 막고 있다고 하지만, 정부의 탈북자 관리에 일정 부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문제다. 현행 체계로는 날로 증가하는 탈북자를 감당하기도 어렵거니와 이들의 해외여행을 무작정 규제하는 것도 인권침해의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탈북자 관리체계 강화가 더는 방치할 수 없는 당면과제가 됐다는 사실이다.
통일부 법무부 외교통상부 국정원 경찰 등 유관부서부터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입국하는 탈북자에 대한 신문 절차를 보강함은 물론 국내 정착 이후 지속적인 관리 감독이 이뤄져야 한다. 돈을 목적으로 탈북자의 입국을 돕는 중개인에 대한 단속도 강화해야 한다.
좀 더 창의적인 발상도 필요하다. 예컨대 어제 국회에서 공청회가 열린 재외국민보호법안을 탈북자에게 일부 원용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이 법은 정부가 국민에게 해외 위난(危難)지역에 대한 출입제한 및 대피명령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민 보호’라는 같은 취지로 탈북자의 중국 여행을 일시 규제하는 법적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