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열린 국회 법사위의 민법개정안 공청회에서 국사편찬위원회 이순구 편사연구사(앞에서 둘째 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호주제는 조선시대에 세금을 걷기 위해 만들어진 가부장적 관습”이라는 내용의 발언을 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호주제는 일제강점기의 잔재가 아니라 우리의 전통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사편찬위원회 이순구(李順九) 편사연구사는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주최로 열린 민법개정안에 관한 공청회에서 “조선시대 세금을 걷기 위한 방법으로 국가는 호적을 만들었고, 부계적인 가족질서는 족보와 같은 사문서에 의해 주도됐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강력한 호주권을 중심으로 가(家)제도를 구성하도록 한 1898년 일본 메이지(明治)민법의 호주제가 일제강점기에 도입됐다”는 호주제 폐지론자들의 주장과 상반되는 것이어서 관심을 모았다.
진술인으로 참석한 이 연구사는 “일본은 조선을 관리하는 데 있어 조선의 관습법을 무시할 수 없었다”며 “공문서인 호적과 사문서인 족보가 합쳐져 일제시대 호주제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부계위주의 호적은 지금의 다양한 가족형태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어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제 발제를 한 김현웅(金賢雄) 법무부 법무심의관은 “호주제는 양성평등과 개인의 존엄과 가치라는 헌법 이념에 배치되고, 시대변화에 따른 다양한 가족형태를 반영하지 못한다”며 “호주제가 폐지되면 국민여론을 수렴해 새로운 신분공시제도가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호주제 폐지에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최병철(崔秉喆) 성균관 교육원장은 “가족체계는 성문헌법 이전의 사안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헌법조항만 물고 늘어지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며 “시대적 변화를 빙자한 전통적 가족제도의 파괴와 호주제 폐지는 평등과 차별이라는 서양식 기계론적 사고에서 비롯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