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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노블리안스]이은우/나약한 신입사원…감싸는 부모

입력 | 2004-12-05 17:32:00


요즘 취업난이 심각합니다. 기업의 투자 부진과 긴축 경영, 경직된 노동시장 등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된 결과입니다.

최근 한 중견건설업체 인사담당인 K 이사에게 색다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취업난의 원인 중 하나는 ‘유약한 취업준비생(자녀)과 생각 없는 부모들의 합작품’이라는 얘기입니다.

아파트 분야에서 꽤 유명한 이 회사는 올 초 대졸 신입사원 50명을 뽑았습니다. 주로 이공계 대졸자를 뽑았는데 입사 경쟁률이 50 대 1을 웃돌았습니다.

그런데 입사한 지 6개월 후 50명 중 40명이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보유 현금만 1000억원에 육박하는 단단한 기업, 급여도 웬만한 대기업 수준에 육박하는데 왜 그만뒀을까요.

K 이사는 그들이 왜 그만뒀는지를 퇴사한 사원과 그들의 부모 등을 통해 알아봤습니다.

신입사원은 입사 초기 주로 서울 근교의 건설현장에 배치됐습니다. 다소 거친 건설현장에서 갓 대학을 졸업한 신입사원은 힘들 수밖에 없죠. ‘서울의 4년제 대학을 나왔는데 내가 이렇게 힘들게 일해야 하나’라고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이들은 부모에게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부모는 자식이라고 너밖에(또는 너와 동생 둘밖에) 없는데 힘들면 그만두라고 했다는 게 K 이사의 분석입니다.

한 사원의 부모는 K 이사에게 “살고 있는 집은 어차피 아들에게 물려줄 것이고, 현금과 부동산도 좀 있다. 아들이 힘들다고 해서 내가 그만두라고 했다”고 말했다는군요. 일부 부모들은 “대학원 또는 유학이나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답니다. 퇴사자들이 당초 눈높이를 낮춰 입사했을 수도 있습니다. 입사 때부터 오래 다닐 직장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더 좋은 직장이나 진로를 찾는 걸 나무랄 수 없지요. 그러나 50명 신입사원 중 40명이 6개월 새 탄탄한 직장을 그만둔 것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드네요.

K 이사는 “경기가 좋지 않아 당분간 새로 사원을 뽑을 계획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은우 경제부기자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