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춘택
바람이 차가워졌다. 이럴 때면 생각나는 것이 있다. 바로 어릴 적에 입던 내복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어머니는 장에서 내복을 사오셨다. 지금 내복은 얇으면서 따뜻하고 모양도 예쁘지만 예전 내복은 두껍고 모양도 볼품없었다. 그런 내복을 한번 입으면 웬만하면 벗지 않고 겨울을 보냈다. 찬물에 빨래하기도, 말리기도 어려웠기 때문이었으리라.
오랜만에 어머니가 빨래한 내복이 빨랫줄에 꽁꽁 얼어붙은 채 고드름을 만들어내던 모습, 덜 마른 내복을 따뜻한 아랫목에 펴놓거나 불 때는 가마솥 뚜껑 위에 얹어놓고 말리던 그 풍경이 기억에 새롭다.
겨울 필수품이던 내복이 어느덧 우리 생활에서 사라졌다 싶더니, 최근 들어 경기가 어려워지니 많은 사람들이 다시 내복을 찾는다고 한다. 여러 시민단체에서 건강을 위해, 또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내복을 입자고 캠페인을 펼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며칠 전 둘러본 시골 5일장엔 내복이 많이 나와 있었다.
모두들 어렵고 힘들다고 한탄한다. 생활고로 자살했다는 사람들의 소식을 너무도 자주 접한다. 겨울은 힘든 사람에게 더 추운 계절이다. 짧은 옷을 입고도 덥다고 할 만큼 보일러를 세게 틀고 산다면, 난방이 불충분해 내복을 입고도 춥게 살아가는 사람을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나도 내복을 입고, 남에게 선물도 하면 어떨까. 내복의 따뜻함을 나눔으로써 이번 겨울은 힘든 사람들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었으면 한다.
무엇보다 내복은 나 자신을 따뜻하게 할 것이다. 지인 중에 작년 겨울 온 가족이 내복을 입고 지냈더니 난방비가 훨씬 줄었고, 감기 한번 걸리지 않았다고 자랑하는 사람이 있다. 추위도 막고 난방비도 많이 절약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요, 어릴 적 내복의 추억을 떠올려 볼 수도 있으니 마음도 훈훈해지지 않겠는가.
강춘택 목사·충북 충주시 지현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