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뉴 라이트(New Right) 운동은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좌(左) 편향적’ 경제 정책에 대한 반작용에서 출발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또 현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된 심각한 경기 침체와 경제 성장 동력의 약화 우려도 뉴 라이트 논의를 촉발한 원인이 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본보 주관으로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뉴 라이트 토론회’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정책 중 상당수가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등 뉴 라이트의 경제 원칙인 ‘시장주의’를 거스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남성일 교수는 “현 정부는 조세 정책, 대기업 정책 등에서 시장경제 원칙보다 좌파적 ‘형평주의(衡平主義)’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면서 “자유로운 경쟁이 형평주의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 것이라는 믿음에 기초를 둔 뉴 라이트로서는 이를 문제 삼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장 안에서의 자유로운 선택, 성과에 따른 책임, 효율성 등이 경제 분야에서의 뉴 라이트의 키워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승룡 사무처장도 “최근 출범한 개신교 비정부기구(NGO)인 기독교사회책임의 경제적 목표는 ‘제대로 된 시장경제’를 해 보자는 것”이라며 “뉴 라이트는 경제적 강자와 약자의 관계가 뺏고 빼앗기는 ‘제로 섬(zero sum) 게임’이 아닌 ‘포지티브 섬(positive sum)’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 참석자들은 젊은 시절 좌파 이데올로기에 경도됐던 ‘일부’ 386세대가 현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 깊숙이 간여하면서 현재의 경제 혼란이 야기됐다고 지적했다.
전상인 교수는 “시장경제를 제대로 공부하거나 이해한 적이 없는 좌파적 정서의 386세력이 대중의 인기에 의존해 좌우가 뒤섞인 ‘잡탕 경제 정책’을 내놓고 있다”고 꼬집었다.
토론 참석자들은 뉴 라이트 운동이 ‘국가 주도형 경제체제’로 산업화를 이룬 올드 라이트(Old Right)와도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으로의 한국 경제 주도권은 정부에서 시장과 기업, 개인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 교수는 “과거 한국 경제의 문제점은 독재정권이 한정된 자원을 자의적으로 배분함으로써 발생한 재벌의 독점과 부정부패에서 비롯됐다”면서 “뉴 라이트는 올드 라이트의 ‘반(反)경쟁적 정책’에서 벗어나 시장주의적 경쟁 촉진 정책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 시스템을 전체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한국 안에서 경제 문제를 풀려는 현 정부의 ‘국수주의적인 경제 시각’도 중요한 문제점으로 꼽혔다.
현인택 교수는 “현재의 세계 경제는 개방을 통해 서로 맞물려 움직이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경제정책은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경제가 생존할 수 있는가, 어떻게 한국이 부를 창출할 수 있는가에 집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국 안에서 분배나 노사관계 개선으로 경제 문제의 해결책을 찾으려는 현 정부의 관점은 1960, 70년대 경제를 움직이던 방식”이라며 “이런 낡은 시각으로 경제를 다룬다면 국민소득 2만 달러로 가기는커녕 몇천 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효종 교수도 “대기업에 대한 경제력 집중 문제도 글로벌 경쟁 시대에는 이전과 전혀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하며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한국 기업에 오히려 ‘역차별적 규제’를 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 참석자들은 또 뉴 라이트 운동이 시장에 대한 개입보다 공정한 경쟁 시스템을 제공하는 데 충실한 ‘효율적인 정부’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남 교수는 “현재의 정부는 공익(公益)을 강조하면서 민간의 자율적 영역을 침해하고 있고 이를 통해 정부가 더욱 커지고 있다”면서 “뉴 라이트는 경쟁 질서를 확립하고 경쟁을 촉진하는 효율적 정부, 돈을 제대로 쓰는 정부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토론자들은 최근 20대들이 시장경제와 자유경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의미 있는 변화의 움직임으로 평가했다.
박 교수는 “대학가 등에서 불고 있는 시장경제 교육 바람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이끌어갈 세대들이 뉴 라이트적 시각을 갖추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리=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