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과 분배는 상호 배타적으로 나눌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뉴 라이트는 성장 안에서 분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본보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뉴 라이트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복지 노동 교육 등 사회문제에 대해 뉴 라이트 운동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이렇게 제시했다. ‘결과의 평등’이 아닌 ‘기회의 평등’을 이루는 것이 뉴 라이트의 지향점이란 점도 함께 지적됐다.
토론자들은 우선 노무현(盧武鉉) 정부 출범 이후 본격화된 ‘성장-분배 논쟁’에 대해 분명히 개념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성장을 분배, 복지 등의 문제와 분리해 생각하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했다.
현인택 교수는 “서구 자본주의 사회는 이미 50여 년 전부터 분배의 개념을 시장경제 구조 안에 수용해 왔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고조된 성장-분배 논쟁은 이미 학문적으로도 결론이 난 얘기”라며 “경제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로 분배를 실현하는 것이 현대 수정자본주의의 요체”라고 말했다.
김선영 위원은 “현 정부 일부 정책의 배경에는 부자들로부터 부(富)를 빼앗아서라도 분배를 하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면서 “만약 그렇게까지 분배를 해야 한다면 스스로의 정체성을 밝히고 국민에게 ‘저(低)성장’을 감수할 수 있는지 동의를 구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시장 시스템이 분배, 복지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는 만큼 뉴 라이트도 이를 풀어내기 위해 새로운 해법 모색에 나서야 한다고 토론자들은 강조했다.
남성일 교수는 “시장주의는 분배나 복지 문제에 대해 분명한 한계를 갖고 있으며 그래서 정부가 필요한 것”이라며 “하지만 정부가 나서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서는 곤란하며 있는 자들이 스스로 나누는 ‘자율적 복지’가 최대한 이뤄지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래도 안 되는 부분을 정부가 보완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분배와 복지 문제를 등한시했던 한국 사회의 올드 라이트(Old Right)의 도덕적 문제점에 대해서는 강력한 비판이 제기됐다.
전상인 교수는 “한국의 우파, 보수 세력들은 먼저 베풀었으면 빼앗기지 않아도 됐을 부분을 빼앗기고 있다”면서 “사회 윤리적 차원에서 분명한 자기반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효종 교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요구하되 사회적으로 ‘정당한 부’를 만들어낸 사람,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이 존중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들은 또 최근 노사문제, 복지 문제 등에서 ‘형평주의’에 치우쳐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따른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경향을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남 교수는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비정규직 관련 입법은 바로 개인의 ‘차이’와 제도적 ‘차별’을 구분하지 못하는 대표적 정책”이라며 “복지 노동 등의 문제를 ‘집단적 형평주의’로 해결하려는 것이 전형적인 좌파적 사고”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런 방식은 결국 기업가 등 경제주체의 의욕을 꺾음으로써 사회의 성장 동력을 약화시켜 분배를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교육 문제와 관련해 토론자들은 평등주의, 획일주의에 기초한 현재 시스템으로는 미래를 이끌어 갈 창의적이고 유능한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는 데 입을 모았다. 뉴 라이트가 지향해야 할 교육 정책은 다양성과 개별성을 존중하며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21세기 다양성의 시대에 ‘평준화’라는 하나의 제도로 모든 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난센스”라며 “평준화 정책을 유지하더라도 경쟁력을 중시하는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도 “최근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발생한 대규모 부정행위는 교육 문제에 대한 국가의 통제를 풀 때가 됐음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라고 말했다.
현 교수는 “사립학교에 학생 선발과 등록금, 교육내용 등에 대해 최대한 자율성을 주고 공립학교에는 정부가 지원을 대폭 늘리고 더 많이 관여하는 방식으로 교육 분야의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리=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