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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내정자 명단 놓고 진급 심사 했나

입력 | 2004-12-06 18:40:00


육군 장성 진급 심사 과정에 비리가 있었다는 주장을 담은 괴문서가 살포된 지 보름 만에 군 검찰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으나 오히려 의혹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군 검찰은 진급 심사 과정에 참여한 육군본부 실무자들이 갖고 있던 ‘유력 경쟁자 명단’이 실제 진급자 명단과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준장 진급자가 사전에 결정돼 진급 심사가 형식적으로 진행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하기에 충분한 단서라고 할 수 있다.

우선 누가 무슨 의도로 명단을 작성했는지, 육본의 명단을 토대로 한 진급 심사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는지를 규명해야 한다. 육본은 진급 대상자가 600여 명이나 되기 때문에 실무진이 유력 경쟁자 명단을 작성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하지만 설득력이 없다. 실제로 심사과정에서 단 2명만 바뀌어 4심제로 운영된 진급심사체제가 제대로 작동했다고 믿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군 검찰이 제기한 의혹이 타당성을 가지려면 유력 경쟁자 명단의 불법성이 입증돼야 한다. 군 검찰이 밝혀낸 잘못은 진급 심사 과정에 실무자로 참여한 영관 장교 3명의 공무집행방해와 허위 공문서 작성뿐이다. 군 검찰은 진급 심사 과정을 녹화한 폐쇄회로 TV 테이프의 존재를 확신할 만한 자료가 있다고 밝혔으나 공개하지는 않았다.

이번 군 인사비리 사건은 대통령이 반려하기는 했으나 육군 참모총장의 사의(辭意) 표명까지 불러올 정도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사태를 수습하는 최선의 길은 철저한 의혹 규명이다. 군 검찰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의혹을 모두 파헤쳐야 한다. 군도 새로운 의혹이 제기된 이상 수사에 적극 협력해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 억울한 의혹도 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