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신약개발 능력이 세계 수준으로 도약하고 있다는 내용의 선진국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캐나다 토론토대 부설 생명윤리공동센터(JCB)를 중심으로 한 국제 공동연구팀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인도 쿠바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집트 등 7개국의 보건 분야 생명공학(BT) 연구수준을 3년간 조사한 결과 신약개발은 더 이상 미국이나 유럽의 전유물이 아니며 오히려 이들 7개국의 성공사례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세계적인 과학전문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러지'의 특별부록(제목 '개발도상국의 보건 생명공학 혁신')으로 6일 발간됐다.
보고서는 한국의 경우 1991년 LG생명과학이 개발한 B형간염백신(유박스)을 시작으로 제약회사들이 주요 신약들을 꾸준히 개발해 왔으며, 올해에는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교수팀이 세계 최초로 복제된 인간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얻는데 성공함으로써 난치병 치료와 관련된 미래 의약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또 국내 40여개 제약회사는 이미 임상 1, 2단계까지 들어선 신약물질을 130여개나 확보하고 있어 마지막 임상 3단계를 통과한 신약물질이 다수 배출될 날이 멀지 않았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이렇게 비약적으로 성장한 데에 정부의 역할이 컸다고 분석했다.
특히 1990년대 말부터 대학 교수와 정부출연연구소 연구원들에게 벤처 설립을 허용함으로써 생명공학 발달에 큰 기폭제가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덕연구단지에 설립된 바이오벤처센터(BVC)가 대표적인 성공사례라는 것.
하지만 보고서는 "한국이 최근 정보통신(IT) 산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한 경험을 통해 BT에 대해서도 조급하게 성과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며 "선진국을 모방하는 데서 벗어나 새롭게 창조하는 단계로 접어들어야 본격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기술사회팀의 김석관 부연구위원은 "보고서가 비교적 균형잡힌 시각으로 한국의 현황을 분석했다"면서도 "한국 대기업 제약회사들의 매출이나 연구인력 규모가 선진국의 벤처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고, 자본이 부족해 3단계 임상시험은 외국 기업과 공동으로 진행해야 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낙관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훈기동아사이언스기자 wolf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