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라이트(New Right)가 또다시 ‘침묵하는 다수’에 머물면 황야의 외침으로 끝날 수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본보가 개최한 ‘뉴 라이트 토론회’에서는 뉴 라이트 운동의 확산을 위해 건전한 시민운동과 접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이 제시됐다. 좌우 양극단의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중도 성향의 목소리가 사회 각 분야에서 분출되고는 있지만 이를 네트워크화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많은 시민단체의 경우처럼 뉴 라이트와 접목된 시민운동이 지나치게 정치 편향으로 흐를 경우 오히려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경계의 소리도 나왔다.
참석자들은 우리 사회가 질적인 성장을 하는 데 시민단체의 긍정적인 역할이 컸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그 성격이나 활동 방식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김기수 변호사는 “최근 10여 년간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각종 시민단체가 정부와 권력을 감시하고 시장 질서를 바로잡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면서도 “시민단체들이 언제부턴가 정부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을 등한시하고 스스로 정치권력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의 정경유착과 마찬가지로 권력과 시민단체의 ‘권민(權民)유착’도 근절해야 할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김선영 위원은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적지 않은 시민단체들이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관변단체와 유사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선출과 검증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시민단체들이 정부의 보조금을 받으면서 정부 정책을 앞장서서 지지하는 모습이 과연 건전한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정부와 시민단체가 결탁하면 궁극적으로는 양쪽 모두에 독(毒)이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김 변호사는 “시민단체들이 태동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도덕적 우월성을 확보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대부분의 시민단체가 출범하면서 내걸었던 가치는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존중, 개인의 가치 실현, 시장경제 원칙, 다양성 중시였던 만큼 결국은 뉴 라이트의 핵심 가치와 일치한다는 게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박효종 교수는 “현실적으로 사회 전반에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종교계와 시민단체가 뉴 라이트 운동을 확산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조직”이라며 “뉴 라이트와 종교계, 시민단체가 핵심 가치들을 공유할 필요가 있고, 이들이 지향하는 가치를 살펴보면 그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박승룡 사무처장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한 무관심과 권력남용, 부정부패 등 이른바 올드 라이트(Old Right)의 단점과 집단주의, 평등주의, 변화에 대한 집착 등 ‘좌(左) 편향’의 사고에서 모두 자유로운 단체와 사람들이 중심이 돼 뉴 라이트와 연대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올드 라이트도 아니고 ‘꼴통 진보’도 아닌 ‘제3의 길’을 뉴 라이트와 시민단체, 종교계 등이 함께 고민하면서 도덕적 실천을 앞세워야 한다는 논리였다.
현인택 교수도 이념적 중간지대를 넓히자는 뉴 라이트와 실천력이 강한 종교 및 시민단체의 연대가 뉴 라이트 운동의 확대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전상인 교수는 “뉴 라이트가 제시하는 비전과 정책 내용을 정치권이나 시민단체, 종교계 등이 적극 활용하는 것은 사회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만, 일단 뉴 라이트 자체는 문화운동이나 지식운동의 영역에 충실한 것이 나을 것”이라며 ‘뉴 라이트의 사회운동화’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정리=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