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오른쪽)는 양아버지 파파 엘프(밥 뉴하트)에게서 출생의 비밀을 듣고는 혼돈에 빠진다. 사진 제공 마노커뮤니케이션
윌 페렐(37). 배우로는 낯선 이름이다. 하지만 미국 NBC의 간판 토크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aturday Night Live)’를 즐겨 본 경험이 있다면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아, 이 친구” 하고 웃게 된다.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 첫 여성 법무장관 재닛 리노 등 미국의 유명인사들을 자신의 얼굴과 몸으로 한껏 비틀어 재창조했던 코미디언. 그가 이번에는 북극 산타마을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만든다는 전설의 요정, ‘엘프(Elf)’가 됐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평균 신장 60cm인 다른 엘프들과 달리 페렐이 연기한 엘프, 버디는 190cm가 넘는 키에 매일 수염까지 자란다. 어쩌다 이런 일이? 사실 버디는 산타클로스의 선물주머니에 섞여 들어와 엘프에게 입양된 ‘인간’이었던 것.
사실을 알고 고민에 빠진 버디. 마침내 ‘인간’ 부모를 찾기 위해 길을 떠난다. 시기도 흩어져 살던 가족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온다는 크리스마스 직전. 하지만 상황은 나쁘다. 미혼모였던 엄마는 버디를 낳은 뒤 세상을 떠났고, 버디라는 아들이 있는지도 모르는 아빠 월터(제임스 칸)는 산타클로스의 ‘나쁜 어른’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있는 일중독자다. 게다가 아빠가 사는 곳은 엘프들이 ‘마법의 도시’라고 수군대는 뉴욕 맨해튼….
‘엘프’에서 웃음을 이끌어내는 코드는 ‘불균형의 대비’다. 키 190cm인 버디가 꽉 끼는 노란색 타이츠를 신고 시종 ‘착한 소년’처럼 입 끝이 귀에 걸리는 미소를 짓는 것이나, 자기 몸 크기의 3분의 1밖에 안되는 양아버지 엘프의 무릎에 앉아 재롱을 부리는 모습은 ‘어른 속에 숨어 있는 유아성’의 패러디로 보인다.
여기에 흥행 소재인 ‘맨해튼의 명물들’까지 버무려졌다. 친아빠의 사무실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 있고, 산타클로스의 썰매는 센트럴파크에 불시착한다는 식이다.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산타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겐…” 등 피날레 대목의 캐럴까지 영화 ‘엘프’에는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모든 것이 종합선물상자처럼 들어 있다. 버디가 주식(主食)으로 삼는 초콜릿처럼 그 맛이 달기는 한데, 어쩐지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먹었던 것 같은 이 익숙함이라니….
미국에선 2003년 개봉작. 국내 개봉은 15일이다. 전체 관람 가.
정은령 기자 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