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열린우리당 이철우(李哲禹·사진) 의원의 북한 조선노동당 가입 논란으로 정기국회 막판 정국이 격랑에 휩싸였다. 한나라당은 “명백한 간첩사건임이 드러났다”며 전방위 공세에 나선 반면 열린우리당은 “비열한 색깔공세”라고 반격에 나섰다.
▽아수라장이 된 국회 본회의장=한 인터넷 신문이 의혹을 제기한 기사를 올린 게 발단이 됐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5분 발언을 통해 이 의원의 전력(前歷) 시비 공세를 폈다.
한나라당 주성영(朱盛英) 의원은 “이 의원은 (조선노동당으로부터 당원부호인) ‘대둔산820호’를 부여받고 지금까지 암약해왔다”고 직격탄을 날렸고, 같은 당 박승환(朴勝煥) 의원은 “오늘 이 의원이 간첩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고 가세했다.
이에 열린우리당 우원식(禹元植) 의원은 “술 먹고 사람이나 패는 공안검사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정신을 버리고 동료 의원을 간첩으로 몰아버리는 자들을 역사가 심판할 것”이라고 받아쳤다. ▽사건의 진상은?=안기부는 1992년 10월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남한 내에 북한 공작 현지지도부를 구축한 남로당 이후 최대규모 조직사건”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이 입수한 안기부 수사백서에 따르면 이 의원은 간첩교육을 받은 황인오 씨가 조선노동당에 현지 입당시킨 ‘주사파’ 핵심 인사 12명 중 한 명. 백서엔 ‘이철우(33세, 시립대 영문 4년 제적, 반미청년회 조직원):대둔산820호’라고 기재돼 있다.
이에 이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나는 ‘민족해방애국전선’에 가입했다는 혐의로 입건됐는데 중부지역당과 연계된 것으로 기소됐다”며 “그러나 법원에선 ‘민족해방애국전선’ 가입 혐의만으로 유죄판결(반국가단체 가입)을 받아 4년 실형을 살았다. 중부지역당과는 아무 관련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을 변호했던 같은 당 유선호(柳宣浩) 의원은 “안기부가 수사를 무리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안기부 대공수사국장이었던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 의원은 “김대중(金大中) 정부 출범 직후 나를 잡으려고 이 사건을 모조리 뒤졌으나 아무런 문제점을 찾지 못했고 문제가 있었다면 나는 벌써 죽었을 것”이라며 “나는 당시 (급이 낮은) 이 의원을 몰랐다. 재판과정에서 공소장 내용이 일부 변경되는 경우가 있는데 4년 실형을 받았다면 정황상 간첩죄에 준하는 일을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국 긴장 고조=본회의 직후 한나라당은 긴급 의총을 열어 당 차원의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공세를 이어나갈 태세다.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는 “이 의원이 북한 노동당에 가입했다는 조사 결과에 대한 언론 보도는 충격적인 일”이라며 “열린우리당은 이 의원 공천 과정을 밝히고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의총에서 “한나라당이 국보법 폐지를 막기 위해 ‘백색테러’를 자행하고 있다”며 △주성영 박승환 의원에 대한 윤리위 제소 및 의원직 사퇴 촉구,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연말 임시국회 강행 △이 문제를 보도한 인터넷 신문 발행인과 기자들의 구속 수사 등을 촉구했다. 열린우리당은 또 9일 오전 국회에서 한나라당 규탄대회를 갖기로 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