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예술의 전당에서 리하르트 시트라우스의 작품으로 ‘톤디히퉁’ 마지막 콘서트를 갖는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사진제공 예술의전당
“우리, 근심과 기쁨 속을 지나왔노라, 손에 손을 잡고./ 방랑을 마치고 고요한 땅에서 휴식하나니/ 우리를 둘러싼 골짜기 고개 숙여 인사하며/ 대기는 어느새 어둠에 잠기도다…” 아이헨도르프의 시에 리하르트 슈트라우스(1864∼1949)가 곡을 붙인 가곡 ‘저녁 노을 속에(Im Abendrot)’. 저녁놀이 불타오르듯 뿜어나오는 관현악의 서주(序奏)에 소프라노가 긴 호흡으로 어울려들며 고즈넉한 황혼의 서정을 노래한다. 한 해를 정리하는 음악으로 더없이 어울리는 작품이다. 이 아름다운 노래를 임헌정이 지휘하는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영국 런던 로열 오페라하우스 주역 소프라노인 주디스 하워드의 협연으로 듣는다. 10일 오후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부천필의 톤디히퉁(音詩)-네 개의 마지막 노래’.
이번 공연은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세 차례에 걸쳐 가진 ‘부천필의 톤디히퉁’ 시리즈의 마지막 콘서트다. 10월에 시작된 이 시리즈는 그동안 리스트와 바그너의 작품을 중심으로, 19세기 후반 작곡가들이 엄격한 음악 형식에서 뛰쳐나와 세계의 모습과 인간 내면의 풍경을 소리로 묘사한 시도를 조명해 왔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낭만주의 전통을 이은 최후의 작곡가 중 한 사람으로 불린 슈트라우스의 작품을 소개한다. 프로그램은 유럽 최고의 바람둥이를 이상주의적 정열가로 묘사한 교향시 ‘돈 후안’, 죽어가는 사람이 내면적 평화에 이른다는 내용의 교향시 ‘죽음과 정화’ 그리고 소프라노가 협연하는 ‘네 개의 마지막 노래’ 등 세 곡. ‘네 개의 마지막 노래’는 헤르만 헤세의 시 ‘봄’ ‘9월’ ‘잠자리에 들 때’ 등 세 편과 아이헨도르프의 시 ‘저녁 노을 속에’ 등 모두 네 편의 독일 낭만주의 시에 곡을 붙인 작품이다.
한편 예술의 전당 측은 애초에 협연자로 계획됐던 소프라노 낸시 구스타프슨이 갑작스러운 컨디션 이상으로 공연에 참가하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협연자로 최종 결정된 하워드는 1997년 사이먼 래틀 경(현 베를린 필하모닉 상임지휘자)이 지휘한 버밍엄 시 교향악단과 빈 콘체르트하우스에서 ‘네 개의 마지막 노래’를 협연해 호평을 받았다. 2만∼4만원. 02-580-1300
소프라노 주디스 하워드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