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대선을 앞둔 10월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는 광복 이후 최대 간첩사건이라며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을 발표했다.
이 사건으로 중부지역당 총책 황인오 씨를 비롯해 민중당 출신 손병선(孫炳善) 씨, 전 민중당 공동대표 김낙중(金洛中) 씨, 전 민중당 정책위 의장 장기표(張琪杓) 씨 등 62명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고, 300여 명이 수배 조치 됐다.
안기부 수사백서에 따르면 남한 조선노동당은 거물 간첩 이선실(북한 대남지도 총책)이 북한 노동당과 남한 대중을 연결하려고 황 씨를 포섭해 서울 인천 등 전국 24개 주요 도시의 46개 기업 및 단체 등에서 300명의 조직원을 확보해 결성한 조직이다.
안기부는 중부지역당이 황 씨 주도로 1991년 7월 강원 삼척의 한 여관에서 결성됐으며 그 밑에 강원도당, 충북도당, 충남도당 및 편집국을 둔 남한 조선노동당의 핵심 산하 조직이라고 발표했다.
수사백서는 이철우 씨는 강원도당 소속 춘천시 담당이라고 지목했으며, 주체사상파 12명이 간첩 교육을 받은 황 씨에게 포섭돼 서울 S, H호텔 등의 객실에서 조선노동당 입당식을 가졌다고 적고 있다.
그러나 안기부 발표와 달리 1심을 맡은 서울지법 형사22부는 “(이철우 씨가 가입한) 민족해방애국전선(민애전)이 중부지역당을 위장하기 위한 명칭이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결하면서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 대신 ‘민애전 사건’으로 불렸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4부는 “간첩단의 명칭은 중부지역당인 것으로 인정되며 민애전은 중부지역당의 위장 명칭으로 판단된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고, 대법원에서도 이 판결을 유지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