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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본, 내정자 진급 위해 경쟁자 비리문서 작성

입력 | 2004-12-10 16:06:00


육군본부 인사참모부가 준장 진급 내정자들을 위해 다른 우수 경쟁자들의 확인되지 않은 비리 의혹내용을 별도 문서로 작성해 10월 진급자 선발위원회에 제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국방부 검찰단에 따르면 인참부 진급관리과 차모 중령 등은 10월5일부터 9일까지 열린 선발위가 심사 과정에서 내정자 50명 이외의 사람을 뽑지 못하도록 50명과 경합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령 15~20명에 대한 비리의혹을 담은 문서를 선발위에 제출했다.

차 중령 등은 진급 내정자 50명과 관련해서는 이 같은 문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이들은 우수 대령들의 비리 의혹 중 상당수가 사실이 아니라는 정보에도 불구하고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더욱이 차 중령 등은 비리 의혹의 진실 여부를 가려내기 위해 9월 말 열렸던 인사검증위원회에 이 문서를 제출하지도 않았으면서도 인사검증위에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선발위에 제출했다.

군 검찰 관계자는 "선발위에서 일부 위원들이 내정자 이외의 사람을 뽑으려고 하면 그 사람과 관련된 비리 의혹을 공개해 결국 내정자만을 진급시키는 방식"이라며 "선발위원들이 공정하려고 노력해도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일부 선발위원들은 인사검증위에서 올라온 문서들에 대해 "불공평하고 믿을 수 없는 내용이 많다"며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군 검찰은 7일과 9일 각각 집행된 진급관리과 차모, 주모 중령의 구속영장(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공문서 위조)에 이 같은 내용을 모두 포함시켰다.

한편 차 중령은 7일 영장 실질심사 과정에서 군 판사에게 "진급 내정자 명단은 상관인 A 준장의 지시로 작성했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진급심사가 시작되기 수개월 전부터 실제 진급자 50명과 100% 같은 명단을 작성했으나 그동안 "이 명단은 개인적으로 진급자를 예상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주장해왔다.

차 중령의 진술에 따라 군 검찰은 8일 A 준장을 소환 조사했으며 명단 작성을 지시한 사실이 밝혀질 경우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차 중령이 심경의 변화를 보이고 중요 증거물들이 속속 발견됨에 따라 군 검찰은 인사 관련 장성들로 수사망을 확대하고 있다.

이 밖에 유효일(劉孝一·예비역 육군 소장) 국방부 차관은 군 검찰이 7일 올린 육본 J 대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결제하지 않아 군 검찰과 갈등을 빚고 있다. 차관이 결제해야 군 검찰은 군사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유 차관은 "사법처리에 필요한 자료를 더 보강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군 검찰은 "J 대령은 인사검증위 간사로서, 구속된 두 중령에게 공문서 위조를 지시해 구속하는 것이 당연한데 국방부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