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는 2006 독일 월드컵 최종예선전을 앞둔 후배 태극전사들에게 ‘방심 금물’ ‘철저한 준비’를 강조했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철저한 준비만이 살길이다.”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35). 그는 2006 독일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조 추첨 결과에 대해 “이란을 피해 다행”이라는 전문가들의 반응과 달리 신중했다.
“과거 안 좋은 기억 때문인지 쿠웨이트와 한 조가 된 게 맘에 걸린다. 요즘 우즈베키스탄도 부쩍 성장했고….”
1990 이탈리아 월드컵부터 2002 한일 월드컵까지 4회 연속 월드컵 무대에서 뛰었던 백전노장. A매치(국가대표 간 경기) 135경기에 출전한 한국축구대표팀의 영원한 맏형인 그가 10일 대표팀 후배들에게 충고의 말을 전했다.
“이란을 피했다고 맘을 놓아선 안 된다. 최근 한국이 약팀을 상대로 힘든 경기를 했듯이 방심하면 언제나 어려움에 처하는 게 축구다. 2002 월드컵을 준비할 때와 같이 차근차근 철저하게 상대를 분석하고 대비해야 한다.”
아시아의 강호인 한국 축구가 2002년에야 비로소 월드컵 첫 승을 거둔 것은 준비 부족과 자만심 때문이었다는 것.
홍명보는 “쿠웨이트는 무시하지 못할 복병이다. 난 쿠웨이트만 보면 소름이 끼친다”고 말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쿠웨이트 전에 3번 뛰었는데 힘들었던 기억만 남아 있단다. 1990 베이징 아시아경기대회 때 1-0으로 이겼을 뿐 1994 히로시마 아시아경기대회(0-1패)와 1996 아시안컵(0-2패)에선 완패를 당했다.
“끈적끈적하게 달라붙어 귀찮게 군다. 징크스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분명히 한국을 힘들게 할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 통산전적에서 쿠웨이트에 6승3무8패로 열세다.
“우즈베키스탄은 1998 프랑스 월드컵 최종예선 때 두 번 만나 모두 쉽게 이겼다. 하지만 최근 유럽식 파워축구를 구사하며 전력이 급상승해 조심해야 한다. 남미식 기술축구를 구사하는 사우디아라비아도 골칫거리다.”
홍명보는 “대표팀은 신구가 조화돼야 하는 것이다. 고참이라고 폼 잡지 말고 어리다고 주눅들 필요 없다. 경쟁해 주전 자리를 당당히 따내라”고 말했다.
한편 A조 팀들은 한국을 경계대상 1호로 꼽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가브리엘 칼데론 감독은 “한국이 1위로 본선 티켓을 가져갈 유력한 후보”라고 말했고, 쿠웨이트의 모하메드 이브라힘 감독도 “매우 강한 그룹에 편성됐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위르겐 게데 우즈베키스탄 감독도 “A조에서 한국이 가장 강하다”고 밝혔다.
김상호 기자 hyangsan@donga.com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