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인 법안들정기국회에 이어 10일 소집된 임시국회가 첫날부터 공전되면서 각종 법안의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국회 의안과 복도 앞에 쌓여 있는 법안들을 한 여직원이 점검하고 있다.김경제 기자
10일 소집된 임시국회는 한나라당의 불참으로 개회식도 열지 못한 채 첫날부터 공전됐다.
한나라당은 정기국회 파행은 열린우리당 탓이라고 주장하면서 당분간 임시 국회에 응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소집된 예산결산소위원회에 불참했다. 다만 열린우리당의 국가보안법 폐지안 재상정을 막기 위해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을 계속 ‘점거’했다.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열린우리당은 임시국회를 열어 예산안을 심의하는 척하면서 ‘4개 분열법’을 날치기하려고 하지만 어림없다”고 말했다
박근혜(朴槿惠) 대표도 기자간담회에서 “여당은 ‘야당이 예산안을 통과시켜 주겠지’라고 기대하며 배짱을 부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라크 파병 연장 동의안이 정기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은 것에 대해 “여당이 자중지란 끝에 전원위원회를 개최하자고 시간을 끌어 무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국보법 폐지안을 포함한 4대 법안 등 각종 미처리 안건을 임시국회에서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부영(李富榮) 의장은 이날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한미동맹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한나라당이 동의안을 무산시킨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도 “타협이 이뤄지지 않을 때는 다수결에 따라 해결하는 게 민주주의”라며 단독 임시국회 강행도 불사할 것임을 내비쳤다.
그러나 여야 모두 예산안과 파병 연장 동의안은 처리해야 여론의 뭇매를 그나마 피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의 조선노동당 가입에 관한 논란이 수그러드는 대로 임시국회 개회를 위한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나라당은 협상 시점을 최대한 늦춰서 예산안과 파병 연장 동의안 처리만 하고 임시 국회를 마무리하겠다는 복안이다. 임태희(任太熙) 대변인은 “상임위 활동을 포함해 3일 정도면 충분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일각에선 “도대체 정기국회 때 한 게 뭐냐”고 천 원내대표를 몰아세우며 4대 법안 중 일부라도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