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이철우(李哲禹) 의원의 조선노동당 가입 논란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
10일 한나라당에선 정형근(鄭亨根) 의원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여 공세의 전면에 나섰다. 정 의원은 당시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대공수사차장보로서 이 의원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 수사를 지휘한 당사자.
정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열린우리당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중부지역당과 ‘민족해방애국전선(민해전)’이 별개의 단체라는 지적에 대해 “1심에선 별개의 단체라는 취지의 판결을 했으나 항소심과 대법원 판결문엔 ‘민해전’이 중부지역당의 위장 명칭이라고 돼 있다”며 “위장을 해서 잡히면 ‘우리는 중부지역당이 아니고 민해전’이라고 하려 했던 것을 대법원 판결이 명쾌하게 판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또 중부지역당 사건 총책인 황인오(黃仁五) 씨가 “이 의원은 민해전이 중부지역당이란 사실을 몰랐을 것”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황 씨는 내가 잘 안다”며 “황 씨는 자신의 입장이 곤란하니까 자기 입장에서 거짓 진술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황 씨가 자신의 옥중수기를 안기부가 고쳤다고 한 주장에 대해서도 그는 “그런 일이 없다”고 일축했다.
정 의원은 “이 의원이 과거 내가 그런 당에 가입한 것은 사실이지만 한때 주체사상에 많이 치우쳐 그렇게 됐다고 사과했어야 했다. 그런데 이를 ‘백색 테러’라며 한나라당을 욕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열린우리당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정 의원을 이 의원 폭로전의 배후로 일찌감치 지목했던 열린우리당은 “드디어 주인공이 나타났다”고 비꼬았다.
열린우리당은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 당시 정 의원이 안기부에서 수사를 지휘한 만큼 이 사건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리고 중부지역당 사건의 핵심 인물인 간첩 이선실이 거액의 공작자금을 뿌렸고, 그중 일부가 당시 민중당에 유입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민중당 출신인 이재오(李在五) 김문수(金文洙) 의원이 한나라당 소속이라는 사실을 겨냥한 것.
실제 안기부가 발간한 이 사건 백서에는 ‘민중당을 제도권 내에서 합법적으로 활동하는 정치적 별동대로 만들어 대통령선거 때 반(反)민자당 연합전선을 형성해…’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에 이 의원은 “당시 이선실 사건 관련자 중 현직 국회의원은 나와 김 의원뿐인데 나는 이 사건으로 검찰이나 안기부의 조사를 받은 적이 없고, 김 의원은 조사를 받긴 했으나 아무런 혐의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여당이 사실관계 확인 없이 무턱대고 민중당 출신 운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