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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이 천사]장학금 거리모금 신순범 前의원

입력 | 2004-12-10 18:42:00

신순범 전 의원이 10일 서울 지하철5호선 광화문역에서 아코디언을 켜면서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희망을 외치고 있다. 안철민 기자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지하도에서 신순범(愼順範) 전 국회의원이 아코디언을 어깨에 메고 노래를 부르며 행인들에게 ‘희망’을 외치고 있었다.

구성진 멜로디와 노랫소리에 발걸음을 멈춘 사람들은 백발의 아저씨가 들려주는 희망얘기에 하나, 둘씩 지갑을 열어 ‘청소년 장학금 모금함’을 채웠다. 그러면 그는 200원짜리 라면장사를 하다가 4선 의원(11∼14대)이 된 자신의 인생 역정이 담긴 ‘꿈 깡 꾀 끼 끈’을 한 권씩 나눠줬다.

1978년 정계에 입문하려다 실패한 신 전 의원은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2가에서 4평 남짓한 라면가게를 차려 놓고 생계를 꾸리다가 81년 제11대 국회의원으로 인생의 꿈을 이뤘다.

그는 “꿈이 있었기에 하고자 하는 의지가 생겼고, 또 끊임없이 노력했기에 꿈을 이룰 수 있었다”며 “요즘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힘이 되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거리로 나왔다”고 말했다.

신 전 의원은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중학교를 졸업한 뒤 방직공장을 3년여 다니며 돈을 모은 뒤에야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 서울의 대학에 진학한 뒤에도 마장동에서 영등포까지 걸어 다니며 신문배달까지 한 끝에 학업을 마칠 수 있었다.

그는 “어느 추운 겨울날 만두가게 굴뚝에 몸을 녹이며 ‘가난은 되물림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1991년 당시 큰 아들의 결혼 축의금 1억여 원 전액을 기반으로 만광장학회를 설립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 장학회는 해마다 ‘꿈을 가진’ 10, 20대 고학생 110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96년 정계를 은퇴한 뒤로도 그는 줄곧 장학회 회장으로 후원활동에 전념해 왔다. 16년간의 의정활동 중 생긴 개인 부채가 2억여 원에 달하지만 장학재단에서 ‘원금’을 찾아갈 생각은 하지도 않는다.

그는 요즘 직접 서울 강남, 을지로 등 지하철 역사를 돌며 시민들에게 희망의 노래와 얘기를 들려주고 있다. 현장에서 자서전 등을 판매해 생기는 수익금 전액은 장학회 장학기금으로 접수된다. 02-733-1988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