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가 성매매 여성의 아들로 태어나 국토안보부 장관에 지명돼 ‘아메리칸 드림’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던 버나드 케릭 전 뉴욕시 경찰청장(49)이 11일 지명 철회를 요청해 스스로 물러났다.
이 과정에서 케릭 전 청장은 백악관에 자신의 탈법사실을 거짓 답변한 것으로 알려져 백악관이 도덕성을 검증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인사를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케릭 전 청장은 자신의 과거 행적에 대한 언론의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10일 밤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전화로 지명 철회를 요청했으며 부시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는 11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상원 인준 청문회와 관련한 서류를 작성하다가 가정부와 관련된 문제를 발견했다. (불법 이민자인) 그녀를 고용하면서 필요한 세금을 납부하지 않고 관련 서류도 제출하지 않은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케릭 전 청장은 또 부시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장관직에서 일하는 것은 일생의 영광이지만 이대로 장관 임명을 추진하는 것은 나의 개인적 이유 때문에 행정부나 국토안보부 또는 미 국민에게 최선의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케릭 전 청장이 스스로 물러난 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 인터넷판은 12일 케릭 전 청장이 법 위반 사실을 묻는 백악관 변호사들에게 여러 차례 거짓으로 답변한 뒤 나중에 말을 바꿨다고 보도했다. 관리들은 또 케릭 전 청장이 1998년 뉴저지의 한 콘도미니엄과 관련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 그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적이 있었던 일을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취재해 확인할 때까지 함구했다고 전했다.
이 밖에 1980년대 초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병원에서 경비 책임자로 근무할 때 직원들의 사생활을 뒷조사한 것도 문제가 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그가 국토안보부와 거래하는 전기충격기 제조회사 이사로 근무하면서 받은 스톡옵션으로 620만 달러를 번 경위도 조사했다. 새 국토안보부 장관 후보로는 조지프 리버먼 민주당 상원의원과 프랜 타운센드 백악관 국토안보 보좌관, 애서 허친슨 국토안보부 차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10일 스펜서 에이브러햄 에너지 장관 후임에 새뮤얼 보드먼 재무부 부장관(66·사진)을 지명했다.
코넬대에서 화공학을 전공한 보드먼 지명자는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교수로 근무했으며 2월 상무부 부장관에서 재무부 부장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등 부시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받아 왔다.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