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 60년대는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남파간첩이 공작금 대신 아편을 가져올 만큼 남한 사회에 ‘아편 습관’이 적지 않게 퍼져 있었다. 1967년 생아편으로 마약을 밀조한 일당이 사용하던 원료 및 제조기구.-동아일보 자료사진
▼傀儡, 阿片 공세…工作員 속속 검거▼
북한 괴뢰집단에서는 대한민국에 밀파하는 간첩과 각종 공작원들에게 공작금으로 아편을 지참시키는 아편공세를 감행하고 있다 한다. 육군특무부대에서 十一월 발표한 바에 의하면 요즘 이 아편공세는 더욱 본격화해 가고 있는데 특무대 발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육군 특무대에서 체포한 對南 간첩들은 그 대부분이 공작자금으로 생아편, 정제분말 모루히네, 액체 모루히네 주사약 등을 지참하고 남하하다가 압수되었으며 그들의 진술에 의하면 괴뢰 각 첩보기관에는 현재 중앙으로부터 남파 자금으로 지급받은 각종 아편이 山積되어 있다. 또한 敵地인 경기도 개풍군에 소재한 괴뢰 偵察局系인 西鮮상사에서 간첩으로 밀파한 이창선은 정제 모루히네 다량을 지급 받고 이를 공작자금에 충당하라는 지시에 의하여…”
▼“아편 팔아 공작금하라” 궁핍했던 대남간첩▼
2004년 12월 8일 터키 경찰 당국은 불가리아에서 터키로 마약을 밀수한 혐의로 불가리아 주재 북한 외교관 2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1980년대부터 국제사회에서 마약 밀거래 국가로 찍힌 북한이 지금도 마약을 밀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위 기사는 북한 당국이 마약에 손을 댄 것이 훨씬 오래 전임을 보여준다. 1954년은 전쟁 직후이니 북한도 어지간히 피폐했을 터. 간첩은 보내야겠고, 돈은 없는 처지에서 생각해 낸 아이디어가 아편을 팔아 공작금을 충당하라는 것이었던 듯하다. 개화기를 전후해 한반도에 유입되기 시작한 아편은 일제강점기 때 ‘아편쟁이’라는 유행어를 낳을 만큼 사회적 해악이 컸지만 지금 남한에선 신종마약 등으로 대체돼 거의 사라졌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여전히 양귀비 재배가 흔하고, 마약 밀거래와 대 중국 마약 밀반출도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엔 남파 간첩에게 마약을 주어 보낸 사례가 보고된 일은 없으니, 남측으로선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윤승모 기자 ys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