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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14년 걸려 우승컵… 되살아난 ‘차붐축구’

입력 | 2004-12-13 00:18:00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는 차범근 수원 감독. 그는 지도자로서 첫 우승의 감격에 눈물을 줄줄 흘렸다.수원=연합


“선수 때도 울어보지 않았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납니다. 여기까지 오는 데 14년이 걸렸습니다.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다시 현장에 나왔는데 우승해 너무 기쁩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축구스타 차범근 수원 삼성 감독(51). 12일 열린 2004 K리그 챔피언결정 2차전 내내 서서 경기를 지켜본 그는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1972년 사상 최연소 국가대표에 이어 1978년 한국선수 최초로 독일 분데스리가(SV 다름슈타트)에 진출하는 등 그는 선수로서 최고의 길을 걸었다. 독일 진출 후 308경기에서 기록한 98득점은 분데스리가 사상 외국인 최다 출전에 외국인 최다 득점 기록.

그러나 지도자로서는 순탄치 못한 길을 걸어 왔다. 1989년 귀국한 차 감독은 1991년 울산 현대 감독을 맡아 첫해 2위로 가능성을 보였으나 이후 2년 연속 3위에 그친 뒤 1994년엔 4위로 떨어지며 낙마했다.

차 감독은 1997년 국가대표 사령탑에 올라 한국을 4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시켰으나 정작 1998프랑스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에선 네덜란드에 0-5 대패를 당한 뒤 현지에서 경질되는 수모를 겪었다.

그는 “프로축구에 승부조작이 만연돼 있다”는 폭탄 발언으로 국내 활동에도 제한을 받게 되자 중국으로 떠났다. 그러나 1999년 말까지 지휘봉을 잡았던 중국 프로축구 갑조리그 선전 핑안팀에서도 12위에 그치는 등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동안 차 감독의 이름 뒤에 항상 ‘검증되지 않은 지도자’란 꼬리표가 따라 붙었던 이유다.

그런 차 감독이 지도자 복귀 첫해 팀을 통합 챔피언으로 끌어올렸다. 명성보다는 실력위주의 원칙에 따라 정신력에서 문제를 보인 고종수를 임의 탈퇴시키는가 하면 곽희주 등 무명 선수를 주전으로 발탁하는 등 선수들의 긴장감이 풀리지 않도록 한 결과다.

눈이 충혈된 채 인터뷰에 응한 차 감독은 “그동안 힘들었던 기억이 전부 날아가는 기분”이라며 울다가 웃었다.

수원=김상호 기자 hyangs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