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와 육군은 육군 장성 진급인사 비리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달 초 군 검찰과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에 언론과의 접촉을 자제하라는 비공식 지침을 하달했다. 하지만 양측의 감정싸움이 계속되면서 ‘영(令)’이 안 서고 있다. 상대방을 공격하려는 군 검찰과 육군 내부의 ‘언론플레이’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육군의 반격=군 검찰에 사실상 일방적으로 당해 왔던 육군이 공세로 돌아섰다. 군 검찰이 육본 인사참모부 차 중령이 작성한 진급 유력자 명단 50명 전원이 실제로 별을 달았다며 그를 구속한 것과 관련해 차모중령이 속한 40기 동기회는 물론 육본 관계자들도 “육군 인사시스템을 모르는 군 검찰의 잘못”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차 중령이 전체 진급 대상자 1329명에 대해 지휘추천 경력 상훈 점수 등을 근거로 3월부터 단계별로 후보자 명단을 50명까지 압축했고, 최종 선발위도 동일한 기준과 점수를 바탕으로 심사했기 때문에 높은 적중률을 보일 수 있었다는 것.
육본 한 관계자는 “진급 대상자 50명 전원을 미리 맞혔다는 군 검찰의 발표도 사실과 다르다. 인사참모부의 컴퓨터에 남아 있는 10월 3일자 ‘작업지’를 보면 2명이 실제 진급자와 다르며 매년 작성되는 유력자 명단에서 예측이 빗나가는 인원은 2∼4명이다”라고 말했다.
또 차 중령 등이 10여 명의 진급을 방해하기 위해 비리를 적은 기록을 선발위에 제출했다는 군 검찰의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군기무사와 헌병이 보낸 진급 대상자들의 비리 및 범죄 기록이 육본 인사운영실을 거쳐 선발위로 넘겨지는 것은 적법한 인사절차라고 육본 측은 설명한다.
▽고삐 죄는 군 검찰=군 검찰은 13일 육본 인사담당 L 준장을 재소환했다. L 준장이 구속된 중령들에게 외압을 행사했다는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군 검찰은 조만간 그를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L 준장은 혐의 내용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어 군 검찰 내부에서도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검찰은 이날 일부 언론에서 육군 수뇌부에 대한 계좌추적 방침을 보도하자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수사에 별 진전이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군 검찰 관계자는 “육군의 주장대로 진급 내정자 명단을 진급심사 전에 작성하는 것이 관례였다면 왜 육군 내부에서조차 이런 관례를 모르는 사람이 있느냐”며 “우리의 수사는 누구를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하고,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준장 진급 비리와 관련된 군 검찰과 육군의 주장 비교군 검찰쟁점육군군 인사법에 따라 진급자는 선발위에서 결정돼야 하는데 미리 진급자를 내정했다.진급 내정자 문건진급자 발표 직후 곧바로 상부에 보고하기 위해 실무진이 진급 유력자 명단을 미리 만들어 놓아야 한다.진급 대상자 1151명 가운데 실제 진급자 50명을 100% 맞히는 것은 불가능하다.진급자에 대한 정확한 예측인사실무자가 1∼2년 근무하면 진급자를 맞힐 수 있다.내정자를 확실히 진급시키기 위해 경합자의 미확인 비리를 과장했다.유력 경합자의미확인 비리 문서 작성그런 문서가 있을 수 없다.진급자 내정은 영관급 장교가 할 수 없다.장성급 외압외압은 없었다.선발위 CCTV의 녹화 테이프가 없다.선발위의 폐쇄회로(CC)TV녹화 여부CCTV는 선발위원의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설치한 것일 뿐 실제 녹화하지는 않았다.국방부와 군사법원에서 인정할 만큼 혐의가 확실한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했다.관련자 소환 및 구속어느 한쪽의 일방적 주장과 추정만을 근거로 이뤄지고 있다.
최호원 기자 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