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외통위 한나라 불참13일 소집된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회의실의 한나라당 의석이 텅 비어 있다. 이날 임시국회는 한나라당의 불참으로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연합
여야는 13일에도 열린우리당 이철우(李哲禹) 의원의 조선노동당 가입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였다. 사실 규명은 한 치도 못 나간 채, ‘마이크 정치’로 험담만 주고받은 게 6일째다.
열린우리당은 권위주의 정권 시절 고문 관련 사건 전반을 다시 규명하기 위해, 한나라당은 이 의원과 관련 있다는 ‘중부지역당’ 사건과 이 의원 공천 경위를 밝히기 위해 각각 국정조사를 실시하자고 맞섰다.
이 틈에 국회는 뒷전으로 밀렸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한나라당의 참석과 관계없이 임시국회를 정상 가동하겠다며 압박했으나, 개최키로 공언한 법제사법위 행정자치위 등 10여 개 상임위 대부분이 사상 공방에 휩싸여 공전하는 등 파행을 면치 못했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상임중앙위원회의와 원내대책회의를 잇달아 열어 유신과 5, 6공 시절에 일어난 인민혁명당, 남조선민족해방전선, 서울지역노동조합연맹 사건 등에 대해 고문 및 용공조작 여부를 가려야 한다며 국정조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14일부터 중앙당 차원에서 고문 피해 사례를 접수받아 재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이 의원의 노동당 가입 여부, 간첩 암약 여부를 가리자는 국정조사를 요구하는데, 이미 대법원 판결까지 난 사실이므로 필요 없다”며 “문제의 본질은 고문 등 과거의 가혹행위와 용공조작이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간첩조작 비상대책위원회’ 소속의 문병호(文炳浩) 의원은 “1심 재판부가 이 의원의 중부지역당 가입을 부정했는데도 판결문에는 (김일성 김정일의) 초상화와 노동당기 밑에서 입당식을 했다고 돼있는 것은 당시 관례상 재판부가 공소장을 그대로 베꼈기 때문”이라며 “입당식과 충성 서약 자체가 없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이 고문조작설을 내세워 사실을 은폐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여당이 추진하려는 ‘용공조작 고문피해 국정조사’에 대해서는 정쟁으로 몰아가려는 시도라고 일축했다.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여당이 느닷없이 ‘보안법 피해사례를 수집하자’ ‘국정조사하자’고 하는데 이것은 소속 의원 한 사람을 감싸느라고 한국의 법질서나 사법부 권위를 송두리째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형오(金炯旿) 사무총장은 “이 의원이 제시한 판결문은 분명하게 유죄가 적시돼 있는데도 열린우리당은 판결문마저 은폐 조작하려 한다”고 말했다.
한편 ‘새정치수요모임’ ‘국가발전전략연구회’ 등 한나라당 내 각 그룹 대표의원 10여 명은 이날 밤 긴급회동을 갖고 “당이 위기에 처해 있다”며 “지도부를 중심으로 뭉쳐 대여 협상 등에 돌파구를 찾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