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올림픽 체조 오심 사태’의 희생양 양태영이 14일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평행봉 연기를 펼치고 있다. 양태영은 6개 종목에서 종합 56.20점을 받아 1위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뉴시스
평행봉. 올 아테네 올림픽 체조에서 ‘오심 스캔들’을 일으켰던 바로 그 종목.
하지만 양태영(포스코건설)은 자신의 주종목답게 자신감 넘친 연기를 펼쳤다. 스타트 밸류(출발 점수) 10점짜리를 선택한 뒤 뒤돌아 어깨 걸치기, L포션(L자형으로 버티기) 등 탄탄한 기본기가 바탕이 된 선 굵은 연기는 보는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마지막 착지에서 두 발을 앞으로 내딛어 최소 0.1점, 최대 0.3점의 감점을 받은 게 흠이었지만 깔끔한 연기. 점수판엔 9.5점으로 같은 조 참가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가 나왔다.
14일 태릉선수촌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05년도 남자체조 국가대표 선발전. 아테네 올림픽 후 4개월여 만에 공식 무대에 처음 선을 보인 양태영은 마루운동 안마 링 도마 평행봉 철봉 등 6개 종목에서 고른 점수를 얻어 후배이자 라이벌인 아테네올림픽 개인종합 은메달리스트 김대은(한국체대)을 0.10점차로 제치고 1위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양태영은 종합 점수 56.20점, 김대은은 56.10점. 3위는 차세대 유망주 김승일(한양대·54.55점)이 차지했다. 경기를 마친 뒤 양태영은 “오른쪽 어깨 부상 때문에 그동안 훈련을 제대로 못했는데 비교적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양태영은 아테네 올림픽 ‘비운의 주인공’. 평행봉에서 출발점수가 10점 만점짜리인 연기를 했지만 심판진이 9.9점짜리로 잘못 계산해 미국의 폴 햄에게 뒤져 개인종합 동메달에 그쳤다. 국제체조경기연맹(FIG)이 뒤늦게 오심을 인정했고 한국은 스포츠중재재판소에 제소했지만 기각돼 금메달을 되찾진 못했다.
이날 경기장엔 캐나다 빅토리아에서 어학연수 중인 이주형 아테네 올림픽 당시 국가대표 코치도 나와 경기를 지켜봤다. 그는 “그 사건을 겪으면서 많은 걸 배웠다. 앞으로 같은 일이 또 일어나지 않기 위해 지도자와 선수들이 정확하게 룰을 알고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위로 국가대표로 선발된 양태영은 내년 호주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폴 햄을 다시 만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양태영은 “누굴 지목해서 ‘그 선수를 꺾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체조는 자신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좀 더 완전한 몸을 만들어 한 단계 높은 체조를 구사하는 게 목표”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