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이 있어 축구는 재미있다.’ 14일 창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FA컵 1회전에서 K2리그의 수원시청이 프로 명문 성남 일화를 3-1로 무너뜨리는 파란을 일으켰다. 성남의 용병 마르셀로(18번.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수원시청 선수들의 벌떼 수비에 막혀 고전하고 있다. 창원=연합
‘한국판 칼레의 기적을 꿈꾼다.’
회사 일을 마친 뒤 인근 고등학교운동장에서 공을 차던 순수 축구동호인팀 JEI재능교육이 녹색그라운드에 반란을 일으켰다.
재능교육은 14일 경남 통영공설운동장에서 열린 2004하나은행 FA(축구협회)컵 32강전에서 대학 강호 건국대를 1-0으로 제압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건국대는 지난해 춘·추계대학연맹전을 제패한 강호. 2종 클럽팀(순수 동호인 클럽)이 FA컵 본선에서 엘리트 팀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것은 클럽팀의 FA컵 출전이 허용된 2001년 이후 처음.
97년 창단한 재능교육은 엔트리 22명 중 전반 37분 결승골을 잡아낸 최근진(30)만이 대학(중앙대)까지 선수생활을 했을 뿐 대부분 중 고등학교 시절 잠시 공을 찼던 순수 아마추어 팀. 연습할 곳이 없어 인근 학교 운동장을 빌려 써야 했고 퇴근 후 훈련해야 했기 때문에 해가 긴 늦봄부터 초가을까지만 공을 찰 수 있었다. 주로 토요일과 일요일을 이용해 발을 맞췄다.
중학교 때 잠시 선수생활을 했던 원진재 감독(39·관리부 과장)은 “서로 욕심내지 않고 합심해 팀플레이를 펼친 게 승리의 원동력이다. 우리의 승리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재능교육은 ‘한국판 칼레의 기적’에 도전한다. ‘칼레의 기적’은 2000년 5월 프랑스 FA컵에서 4부 리그의 약체 칼레가 프로 팀들을 연달아 제치고 결승까지 올라 세계를 놀라게 했던 돌풍. 재능교육은 16일 실업의 강호 할렐루야를 만난다.
한편 FA컵 첫날 이변이 이어졌다. 대학축구의 다크호스 동의대는 K리그 준우승팀 포항 스틸러스를 1-0으로 꺾는 파란을 연출했고 K2리그의 수원시청은 성남 일화에 1-3의 패배를 안겼다. 또 할렐루야는 박종환 감독이 이끄는 대구 FC를 3-1로 물리쳤다.
한국철도도 인천 유나이티드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4로 이겼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