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사는 주부 K모씨(52)는 2달간의 봉사활동을 통해 3가지를 얻었다.
7년 묵은 은행(신한은행) 빚 2203만원을 털어냈고, 신용불량자의 굴레에서 벗어났으며, 삶의 의지를 되찾았다.
K 씨는 1997년 생활비를 대려고 빌린 456만원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됐다. 원금의 4배가 넘는 연체 이자가 붙으면서 빚은 올해 8월 말 2203만원으로 불어났다.
막막해하던 K 씨에게 은행이 길을 터주었다. 신한은행은 이 은행에만 500만원 이하의 빚을 진 신용불량자가 사회봉사 활동을 하면 시간당 2만원씩 원금을 탕감해주고 이자는 원금 탕감 시점에 전액 면제해주는 프로그램을 8월 3일부터 운영하고 있다.
K 씨는 9월 7일부터 11월 6일까지 236시간(하루평균 4시간) 동안 홀로 사는 노인들과 부모 없는 청소년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해주는 봉사활동을 했다.
은행 관계자는 "김씨가 '빚 갚은 것도 기쁘지만, 어려운 이웃을 도우면서 뿌듯함을 느끼고 지난 세월을 되돌아볼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빚을 갚은 사람은 전체 대상자 746명 가운데 21명.
신한은행 개인영업추진부 이광호 차장은 "연락이 닿은 100여명 가운데 절반가량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봉사활동을 한 사람은 부산에 사는 직장인 C 씨. 그는 8월 17일부터 이달 7일까지 공휴일은 물론 휴가까지 내면서 245시간 동안 행정업무 지원, 독거노인 식사 배달, 알뜰바자회 행사 보조 등의 일을 했다.
신한은행 측은 "당초 올 연말까지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로 했으나 호응이 좋아 내년 3월 말까지 연장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