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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속의 오늘]1997년 환율제한폭 철폐

입력 | 2004-12-15 18:01:00


1997년 12월 16일 하루에 변동될 수 있는 환율의 상하 제한폭이 철폐됐다.

정부는 1990년 3월 ‘시장 평균 환율제’를 도입했다. 환율이 기본적으로는 시장 수급에 따라 결정되지만 일정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게 제한하는 것이 골자.

하루 환율 변동 제한폭은 1990년 3월 상하 0.4%에서 1993년 10월 1.0%, 1994년 11월 1.5%, 1995년 12월 2.25% 등으로 확대됐다.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달러가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환율을 못 오르게 막는 것은 불가능했다. 총외채는 세계은행 집계 방식으로 1993년 말 439억 달러에서 1997년 말 1208억 달러로 늘었다. 1997년 말 외환보유액은 89억 달러에 불과했다.

1997년 11월 17일 원-달러 환율이 사상 처음으로 1000원을 넘어섰다. 다음 날에는 개장 후 1분 만에 상한가인 1012.8원으로 치솟아 거래가 중단됐다.

한국은행은 실수요 증빙이 있는 경우에 한해 오전과 오후 한 차례씩 달러를 공급하기로 했다. 외환딜러들은 매수나 매도 주문을 받는 전화기를 내려놓고 하루 종일 증빙서류를 작성해 팩스로 보내는 일을 했다.

11월 20일 하루 환율 변동 제한폭이 10%로 크게 확대됐다. 그런데도 개장 후 30분 만에 환율이 제한폭까지 올랐다. 환율은 12월 8일부터 사흘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에 따라 12월 16일 환율 변동 제한폭이 없어졌다. 연말까지 환율은 ‘제한 없이’ 급등을 계속해 200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기업들은 외환위기 당시 ‘환 리스크’ 때문에 혼이 났다. 이전에는 환율이 거의 변하지 않아 환차손이나 환율 상승으로 인한 수입 원자재 값 폭등 등에 대비할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최근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이 경제계의 관심사로 다시 떠올랐다. 10월 22일 1140원 선이던 환율은 현재 80원가량 떨어졌다.

외환위기 때 혼이 났지만 대기업의 53.1%, 중소기업의 92.6%는 여전히 환 리스크를 관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중소기업청 조사 결과 나타났다.

김승진 기자 saraf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