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여자 체조 선수가 이단평행봉 연기를 하다 실수로 봉을 놓쳐 바닥에 떨어진다. 다른 선수가 나와 또 놓치고, 놓치고…. 이렇게 다섯 차례나 실수 장면이 나온 뒤 자막과 내레이션이 등장한다.
“네 손에 기름기를 묻히지 말라.”
이는 최근 TV를 통해 방영되고 있는 한 제과업체의 감자칩 광고. 기름에 튀기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꾸민 내용이다.
이 광고를 보고 체조인들이 발끈했다. 위험스러운 장면을 희화화함으로써 체조인들의 사기를 꺾었다는 것. 대한체조협회의 인터넷 게시판엔 ‘기계체조 울리는 CF’라는 제목으로 “체조 선수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다”며 제과업체를 비난하는 글이 오르고 협회로는 항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대한체조협회의 김팔모 사무국장은 “선수 가족 등에게서 많은 전화를 받았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13일 제과업체에 ‘체조인의 명예를 고려해 광고를 중단해 달라’는 항의 공문까지 보냈다”고 말했다.
체조계에선 1986 아시경기대회를 앞두고 국가대표 김소영 씨(34)가 이단평행봉 훈련 중 추락해 1급 지체장애인이 된 사례도 있어 위험한 광고 내용에 반발하는 건 당연한 일.
이에 대해 제과업체측은 15일 보도자료를 내고 “체조인들에게 누를 끼칠 의도는 없었다. 체조협회의 공문을 접수하는 대로 의견 수렴을 거쳐 다른 광고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