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골리앗’ 최홍만(24·218cm)이 ‘K-1의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최홍만의 일본 격투기 K-1 진출이 확정됐다. K-1 주관사인 FEG의 국내 대행사 ENT글로벌은 “최홍만의 K-1 진출 기자회견을 16일 오후 2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연다”고 15일 밝혔다. 기자회견에는 최홍만과 다니카와 사다하루 FEG 대표가 참석할 예정.
▶ 최홍만 선수, 일본 종합격투기 K-1 진출 논란 (POLL)
계약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2년 계약에 계약금은 10억 원 미만, 6경기를 하고 2억 원의 대전료를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3월 서울에서 열리는 K-1 아시아지역 예선이 데뷔 무대, 상대는 일본 스모 요코즈나 출신인 아케보노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한국의 천하장사가 씨름과는 경기 방식이 판이한 K-1에서 뭇매를 맞고 망신만 당하지 않겠느냐”는 것. 아직 1승도 거두지 못한 아케보노가 그 예다.
현재 K-1에서 뛰는 간판스타들은 대부분 격투기 종목 출신. 앤디 훅(스위스)과 무사시(일본)는 가라테, 제롬 르 벤더(프랑스)와 피터 아츠(네덜란드)는 킥복싱 선수를 지냈다. 프로미식축구선수 출신인 밥 숍(미국)은 희귀한 케이스.
최홍만은 “내 체격과 큰 손을 본 사람들은 괴력을 낼 수 있어 K-1 무대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무엇보다 최홍만은 K-1의 기본인 타격술을 전혀 연마하지 않았다는 게 최대 약점. 국내 전문가들은 “타격술은 싸움이 아니라 기술이다. 이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오랜 세월 반복연습을 통해 반사적으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단시간 내에 익히기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최홍만이 K-1 선수로 뛰려면 최소한 1년 이상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 특히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최홍만은 태권도조차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원점에서 킥복싱 등의 기본 기술을 익혀야 한다.
또 특별한 복부훈련으로 근육을 단련시켜온 K-1 선수들과 달리 최홍만은 복부와 상체에 비해 약한 하체가 치명적인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한편 씨름계는 최홍만의 K-1 진출 확정 소식에 당혹해하고 있다. 정인길 신창건설 단장은 “최홍만이 K-1에 가면 천하장사 족보에서 이름을 지우고 영구 제명해 다시 돌아와도 모래판에 서지 못하게 한다는 게 씨름인 대부분의 생각이다”고 말했다.
해체된 LG투자증권 씨름단 인수 작업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LG팀 인수를 검토했던 모 정부투자기관은 최홍만 없이는 팀을 만들 수 없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
▼종합격투기 ‘프라이드’에 선수 뺏긴 K-1▼
1993년 일본에서 시작된 K-1은 격투기의 총칭. K는 가라테 킥복싱 쿵후의 앞 글자를 땄고 1은 넘버원으로 모든 격투기의 최고를 가린다는 의미.
10체급으로 나뉘는데 최중량급인 헤비급(86.18kg 이상)이 가장 인기가 있으며 218cm, 163kg의 최홍만은 이 체급에서 뛰게 된다.
3분 3라운드로 진행되며 승부는 KO, TKO, 레프리 스톱, 판정으로 갈린다. 입식 타격을 위주로 해 물어뜯기와 다운 시 공격 등이 금지된다.
K-1은 단기간에 큰 인기를 모았지만 최근 들어 종합격투기인 프라이드에 선수와 젊은 팬을 상당수 뺏겨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태. 프라이드는 그라운드 기술과 꺾기, 조르기, 누르기의 관절기를 모두 사용한다.
이에 K-1은 판세를 키우기 위해 이웃 한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7월에 서울대회를 처음 열었고 1996 애틀랜타 올림픽 유도 86kg급 금메달리스트 전기영을 비롯해 윤동식 김민수 등 유도 스타와 2004 아테네 올림픽 태권도 헤비급 금메달리스트 문대성 등에게 손길을 뻗쳤다.
최홍만을 끌어들인 것도 팬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복안. 15일엔 재일동포 4세로 2002 부산 아시아경기 유도 금메달리스트인 추성훈(29)이 K-1 진출을 선언했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