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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노래방 라이브시대…윤재환 사장이 말하는 노래방진화

입력 | 2004-12-16 15:57:00

언뜻 보면 음반사 녹음실 같은 이곳은 태진미디어 본사에 있는 5.1채널 노래반주 녹음실. 이 녹음 장비는 국내에 두 대밖에 없다. 이곳에서 녹음한 반주곡에 맞춰 노래를 부르면 마치 라이브 공연장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강병기기자


연말이다. 대한민국 성인 치고 송년회가 많은 12월에 노래방 한번 안가는 사람 있을까.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밴드가 있는 고급 유흥업소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노래방의 등장은 서민들의 놀이문화에 ‘혁명’을 가져왔다. ‘전 국민 가수시대’가 열리고 노래방은 필수적인 ‘2차 코스’로 자리 잡았다.

이제 마이크 없이는 못 살 정도가 돼버린 국민이지만 노래방 기계가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 알고 있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불과 10여 년 전 휴대전화 벨소리보다 못했던 반주음악은 이제 거의 라이브 연주에 가까운 입체음향 단계까지 와 있다.

노래반주기 업계의 산증인 태진미디어 윤재환 사장(50)에게 듣는 노래방의 진화.

○탄생…1991년 부산 오락실 동전 넣고 노래불러

노래방은 1991년 부산에 처음 등장했다. 동전을 넣고 노래를 부르는 오락기 형태로 등장한 게 시초. 소개된 직후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전 국민의 가수화’를 이끌었다. 비디오가 나오는 가라오케, 속칭 ‘비디오케’로도 불렸는데 청소년의 탈선을 조장하는 퇴폐문화로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다.

노래반주기 국산화는 아싸(1988년) 태진(1989년) 금영(1991년) 순으로 이뤄졌다. 선발주자인 아싸가 1990년대 중반 다른 사업에 눈을 돌리면서 현재는 금영(50%) 태진(45%)이 시장을 양분한 상태.

노래반주기의 개발 경쟁은 1990년대 후반 이후 본격화된다. 노래방 ‘중흥기’인 1990년대 중반까지는 신제품 개발 필요성이 높지 않았기 때문. 그냥 기계만 만들면 불티나게 팔리던 시절이었다.

윤 사장은 “단군 이래 단일 아이템으로 이렇게 외형이 큰 시장을 찾기도 힘들다”고 평가한다. 관련 산업에 파급효과도 컸다. 노래방 보급 붐에 건설업자들이 쾌재를 불렀고, 삼성전자가 일본산 대신 자사의 메모리 반도체를 써달라고 읍소해왔을 정도.

○현재…컴퓨터 미디音 맞춰 전국민 가수화 진행

노래방 산업의 핵심 자산은 음악. 1세대 노래반주기는 밴드가 연주한 음악을 녹음해 재생하는 방식이었고, 2세대는 컴퓨터로 만든 미디음악의 시대였다. 한국에서는 10년 넘게 컴퓨터 음악의 시대가 계속돼 왔다.

윤 사장은 2002년 초고속인터넷을 연결해 최신곡이라도 즉각 다운로드할 수 있는 노래반주기를 개발했고 음원(音源)으로 확보한 반주음악을 노래방뿐 아니라 휴대전화 노래방, 위성채널 노래방 등 다양하게 활용하며 음악콘텐츠 사업을 다각화하기도 했다.

또 직영노래방 3곳(서울 홍대앞, 대학로, 경기 고양시 화정동)과 공연장(대학로)을 열어 자신이 개발한 노래반주기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파악하는 안테나숍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노래반주기 사업에 뛰어들기 전 카오디오 등 음향기기를 만들었던 그가 지금도 가장 힘을 쏟고 있는 분야는 ‘음향의 질’을 높이는 것.

“이제 신곡만으로는 소비자를 끌기 힘듭니다. 소비자가 지갑을 열 만한 다른 가치를 만들어 줘야죠. 결국 노래방은 음악으로 차별화해야 합니다.”

○미래…원음에 가깝게 재현, 입체음향 방식 등장

그래서 윤 사장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진화한 반주음악을 다시 아날로그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 실제 음악을 녹음하는 것은 1세대와 똑같지만 가장 원음에 가깝게 재현하는 작업이다. 영화관에서나 들을 수 있었던 5.1채널 방식(스피커 6개를 사용해 입체음향을 내는 방식)을 통해서다. 어쿠스틱의 감성(感性)이 최첨단 디지털기술에 의해 되살아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내 최고의 기타리스트 함춘호 씨 등 일류 세션맨들이 인기 가요 200여 곡을 직접 연주해 녹음 중이다. 스튜디오를 만드는 데만 30억 원이 들었고, 완전 상용화를 위해 2만 곡을 녹음하려면 600억 원이 든다.

‘기껏해야’ 노래방 반주음악인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윤 사장은 “소비자들은 의외로 귀가 민감하다. 5.1채널 반주는 거의 공연장에서 라이브 연주를 듣는 것 같은 착각을 줄 것”이라고 자신한다.

5.1채널 반주는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직영 노래방 ‘질러존’에서 시범적으로 선보일 예정.

“회사 내에서도 채산성 때문에 반대가 심했어요. 그러나 시장을 변화시키려면 누군가는 미쳐야 합니다.” ‘미쳐야 미친다(不狂不及)’는 그의 모험이 노래방의 진화를 주도하고 있다.

서울 수도권 노래방 명소(인터넷 노래방 동호회 추천)노래방장소특징두드락노래방종로구 대학로건물 전체가 노래방, 무선 마이크 사용사이버리아노래방종로구 대학로방에서 인터넷 가능수노래방마포구 홍익대 앞호텔 같은 인테리어, 온돌방 설치아이믹노래방강남구 압구정동마이크에 카메라가 달려 있음아자 노래방인천 부평구동영상 즉석 e메일 전송엠넷존서울 성북구 안암동공짜 CD 동영상21세기노래방경기 안산시 고잔신도시뮤직비디오 제작 가능톡톡노래방서울 상계동 노원역학교처럼 꾸민 이벤트룸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마이크 간격 2∼3cm 유지하고 박자 잘 맞추면 고득점▼

예전에는 노래방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사람이 인기였다. 그러나 요즘엔 노래를 못 불러도 분위기를 돋우며 재미있게 노는 사람이 더 인기다.

노래방에서 넥타이를 머리에 매거나, 양복 상의를 거꾸로 입고, 김을 이에 붙인 채 노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장면.

요즘 새로 생긴 노래방에서는 재미있는 소품을 구비하고 빌려주기도 한다. 예를 들면 탬버린뿐 아니라 작은북이나 다양한 가발과 코쟁이 안경, 나비 모양의 안대, 장난감 요술봉 등 이색소품도 많다.

노래방 애창곡 순위순위곡명가수1위어머나장윤정2위삭제이승기3위사랑의 바보The Nuts4위내 여자라니까이승기5위흑백사진KCM6위기억상실거미7위하하하쏭자우림8위한 남자김종국9위눈의 꽃
(미안하다 사랑한다 OST)박효신10위불치병휘성11월 13일~12월 13일 자료:인터넷 반주기 질러넷 집계

노래방에서 구비한 소품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다. 플라스틱 음료수 병으로 박자를 맞추는 것은 그나마 얌전한 편. 냅킨을 잘게 잘라서 노래 부르는 동료 머리 위로 날려 주거나 음료수를 뿌리는 사람도 부지기수. 이런 손님이 한번 왔다 가면 청소하기가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니라고. 방마다 비상용으로 둔 손전등을 사이키 조명처럼 사용하기도 한다. 방에 있는 소파를 모두 빼 달라고 주문한 뒤 즉석 ‘카바레’ 무대를 만들기도 한다.

노래방 점수에 ‘목숨 거는’ 사람이라면 지나친 춤은 점수를 깎는 일등공신. 호흡이 부족해지면서 정확한 박자를 놓칠 수 있기 때문. 노래반주기는 음정이 아닌 리듬(박자)을 토대로 점수를 매기기 때문에 박자를 놓치지 않고 부르면 음치라도 고득점은 어렵지 않다. 마이크는 입술과 2∼3cm의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잡고 불러야 음성을 감지하는 마이크 윗부분이 제대로 노래를 인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