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방송]MBC ‘영웅시대’… 박정희 치고받고

입력 | 2004-12-16 17:44:00

박정희 논란이 뜨거운 드라마 ‘영웅시대’. 사진 제공 MBC


“박정희 대통령을 미화하는 것 같아 짜증나네요.”(‘정은순’)

“한국 현대 경제사가 박정희를 빼놓으면 시체잖아요.”(‘박민건’)

MBC 월화드라마 ‘영웅시대’ 인터넷 게시판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미화 논란으로 뜨겁다.

‘영웅시대’는 현대와 삼성을 중심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룬 현대 경제사를 조망하는 취지의 기업드라마. 그러나 최근 박 대통령(독고영재)을 중심으로 드라마가 전개되자 누리꾼(네티즌)들 사이에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13일 방송에서는 39개 신(scene) 가운데 14개, 14일에는 38개 중 16개 신이 박 대통령 관련 장면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 방송에서 민주공화당을 창당한 뒤 5대 대통령 선거 출마에 반대하는 국가재건최고회의 위원들에게 비장하게 말한다.

“여기서 그만두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되고 말아. 나라가 망한 다음에 애국자 소리를 들으면 뭣 해. 우린 혁명가야. 혁명가는 과업을 완수해야만 돼.”

부하 직원과 “너 아직도 18평짜리 셋방 살지? 나도 비슷하다”는 말을 주고받는 대목에서는 그의 청렴성이 강조되기도 한다.

ID ‘박용준’은 “박정희가 마치 썩은 정치를 뿌리 뽑는 정의의 기사라도 되는 양 분위기를 끌고 가면서 현대사를 조롱하는 듯하다”고 항의했다.

‘박수완’도 “박 대통령 시대에 민주화 인사들이 투옥되고 의문의 죽음을 맞았는데 이런 내용은 없다”고 비판했다.

이와 반대로 ‘조인순’은 “우리가 지금 이렇게 먹고 입고 하는 건 박 대통령 덕분”이라고 두둔했다. ‘이세형’도 “과거의 세대가 이뤄놓은 결실을 누리면서 오히려 그 시대를 죄악시하는 세태가 어이없다”며 “독재는 잘못이지만 박 대통령이 주도한 경제발전은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서로를 ‘박사모(박정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와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라고 부르며 찬반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작가 이환경씨는 “박 대통령 없이는 경제 개발을 논할 수 없다. 기획 취지대로 경제 외적인 면은 조명하지 않을 것이나 명암이 있는 인물은 최대한 객관적으로 다루겠다. 판단은 시청자의 몫이다”라고 말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