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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5억원짜리 美MD테스트 실패

입력 | 2004-12-16 17:44:00



《미국 정부가 1300억 달러(약 137조 원) 이상을 들여 진행해 온 미사일 방어(MD) 체제의 가동이 시련을 거듭하고 있다. 미 국방부가 15일 실시한 MD 체제 요격미사일 시험발사는 실패로 끝났다. 2002년 12월에 이은 연속 실패. 이에 따라 대선 전 “MD 체제가 완성되기 시작했다”고 공언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기대와 달리, MD 체제의 실효성에 대한 회의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허공 속으로 날아간 8500만 달러=미 국방부 미사일 방어기구(MDA)는 태평양 마셜제도의 발사대에서 발사를 앞두고 있던 요격미사일이 발사 직전 ‘알 수 없는 이상으로’ 자동 중단됐다고 밝혔다.

반면 격추 대상 미사일은 요격미사일 발사 예정시간 16분 전 알래스카 코디액 섬에서 발사돼 태평양 해상으로 떨어졌다. 국방부는 이번 시험발사에만 8500만 달러(약 935억 원)를 썼다.

이번 시험은 2002년 12월 이후 2년 만에 실시됐다. 2002년 발사된 요격미사일은 비행 도중 분리되어야 할 추진 로켓이 떨어져 나가지 않아 목표물에서 수백km나 빗나갔다. 이후 시험은 기상악화 등을 이유로 7차례나 연기 또는 취소됐다.

▽실효는?=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MD 체제를 개발하는 데 지금까지 1300억 달러(약 137조 원)를 쏟아 부었다. 또 추가로 향후 5년간 500억 달러를 개발비로 지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실적은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이다. 이날까지 9차례 시험발사해 5차례만 성공해 실전배치하기에는 너무 불안정하다. 그나마 5차례의 성공도 야간이나 악천후에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미 정부 안팎에서는 “철저히 ‘계산된’ 기상조건에서 시도된 시험발사가 성공했다고 해서 실제 전쟁에서 효용이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9월 “MD 체제의 명중률은 20%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80%의 명중률을 보일 것이라는 미국 정부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빗나가는 계획=미국은 현재 알래스카 포트그릴리 기지에 6기,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 1기의 요격미사일을 배치해 놓고 있다. 반덴버그 기지에는 이달 말까지 1기의 미사일이 추가 배치된다. 2007년까지 28기의 요격 미사일을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에 실전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15일 실시된 시험발사의 목적 중 하나는 요격미사일에 사용되는 추진 장치가 본격 생산되는 단계임을 보여주는 데 있었다.

빌 클린턴 대통령 재임 당시 국방부 수석 무기시험담당관이었던 필립 코일 씨는 “이번 시험으로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에 이미 배치된 미사일의 추진 장치도 점검해야 할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MDA 측은 “이번 실패로 얻은 정보가 많아 완전한 실패는 아니다”라고 위안하고 있으나, 코일 씨는 “MDA는 MD 체제의 완성을 위해 향후 20∼30차례의 시험발사를 계획하고 있는데 한 차례 시험발사에 2년이 걸린다면 MD 체제는 앞으로 50년 후에나 완성되는 것이냐”고 비꼬았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