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양쯔강에서 암석시료를 채취하고 있는 허영숙 교수(왼쪽).사진 제공 허영숙 교수
“시베리아에서는 강이 고속도로죠.”
1994년부터 5년간 여름이면 러시아 동부 시베리아에 위치한 큰 강으로 달려가곤 했던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허영숙 교수(35)의 말이다. 바이칼 호 근처에서 발원하는 레나 강을 비롯해 북극해로 유입되는 오염되지 않은 ‘원시 하천’ 5개를 매년 여름 두 달간 하나씩 섭렵했다. 그 후 5년간은 중국 베트남의 원시 하천들을 탐사했다.
허 교수가 길이 수백∼수천 km의 강을 탐험한 목적은 강물에서 시료를 채취해 지구 기후 변화의 비밀을 찾기 위한 것.
화석, 심해 퇴적물이나 남극 얼음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1억 년 전 지구의 평균기온은 현재에 비해 6∼14도 더 높았고 지난 수만 년 동안 빙하기와 간빙기가 반복됐다. 하지만 이런 자연적 기후 변화에도 불구하고 지구는 생물이 살 수 있는 조건을 유지해 왔다.
허 교수는 “기후 변화의 요인으로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 양의 변화가 가장 유력하다”며 “100만 년 이상에 걸쳐 이런 이산화탄소 양을 조절하는 중요한 원인은 대륙에서 일어나는 암석(규산염)의 풍화작용”이라고 설명했다.
암석에 든 칼슘 등은 이산화탄소가 함유된 빗물이나 강물에 녹는데 이것이 화학적 풍화작용이다. 이 물질은 강을 통해 바다로 흘러가 탄산칼슘(이산화탄소와 칼슘의 반응물) 등으로 바닥에 퇴적된다. 결국 화학적 풍화작용이 활발하면 대기의 이산화탄소 양이 줄고 온실효과가 감소해 기온이 떨어지게 된다.
허 교수는 1998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2000년부터 노스웨스턴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다가 올여름 서울대로 옮겼다. 1년 전 남극에서 숨진 전재규 씨를 기리는 뜻에서 3일 열린 제1회 추모학술대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