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책의 향기’가 선정한 하반기 ‘올해의 책 10’을 고르는 일은 올해 7∼12월 선보인 책 가운데 ‘책의 향기’에 소개된 책들을 중심으로 좋은 책 179권의 명단을 작성하는 것으로 시작됐습니다. 이 명단을 ‘책의 향기’ 서평위원을 맡고 있는 각계 인사들에게 보낸 뒤 “좋은 책을 최소 5권에서 최다 10권까지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명단에 없더라도 서평위원들이 독자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으면 권해 달라고 덧붙였습니다.
서평위원인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의 구본형 소장은 답신을 주면서 “시의 적절성, 재미와 실용성, 질적 완성도를 기준으로 꼽아 봤다”고 전했습니다. 이 같은 기준은 어느 때라도 책을 보는 중요한 관점이 될 것입니다. 여기에 ‘책의 향기’팀은 인문사회서부터 문학 예술 실용서까지 골고루 분포된 10권을 뽑아야 한다는 점을 감안했습니다.
서평위원 22명에게서 돌아온 회신을 취합한 결과, 한번이라도 추천받은 책은 모두 101권이었습니다. 이들 가운데 ‘수량경제사로 다시 본 조선 후기’가 최다 추천을 받았습니다. 경제사학계의 논란이 돼온 조선 후기 경제의 실상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고된 작업을 서평위원들이 평가한 것 같습니다.
10권 중 1면에 올린 ‘용서’와 ‘주식회사 한국의 구조조정’ 두 권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 사회가 받아들여야 할 메시지를 따뜻하게, 또는 냉철하게 지적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올해 우리 독서계는 내내 찬바람이 불었습니다. 불경기의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보입니다. 문학 분야에서 ‘올해의 책’으로 뽑힌 박완서 씨의 ‘그 남자네 집’을 보면 전쟁 후 주름진 우리의 살림살이를 윤기 있게 만들려는 유머와 의지가 인상적입니다. 이 겨울 책을 통해 우리를 다시금 차분하게 성찰해나가면 어떨는지요.
책의 향기 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