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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헬스]우크라이나 유셴코의 다이옥신 중독

입력 | 2004-12-19 17:04:00


같은 사람의 사진이다. 우크라이나의 빅토르 유셴코 야당 대선후보(50). 왼쪽은 7월, 오른쪽은 10월의 모습이다. 유셴코 후보 측은 반대파가 몰래 먹인 다이옥신 때문에 갑자기 얼굴이 망가졌다고 주장한다.

반대파는 “성형수술 부작용으로 병원균이 침입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낙후한 동유럽 성형외과 기술을 감안하면 부적절한 성형재료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피부 반응이 얼굴에 그치지 않고 온몸에 나타났으므로 성형 부작용일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다이옥신은 플라스틱을 태울 때 생기는 유기염소화합물이다. 베트남전쟁 고엽제의 주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인체발암물질로 청산가리보다 훨씬 강한 독성을 지녔다.

유셴코 후보에게 나타난 염소성 여드름은 다이옥신 급성 중독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동물 실험에서 몸무게 kg당 42ng(나노그램·1ng은 10억분의 1g)의 다이옥신이 몸 안에 쌓이면 중추신경 이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ng 이상이면 암이 생길 수 있다.

플라스틱으로 가득한 현대사회에서 다이옥신 접촉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다. 다이옥신은 호흡보다는 음식을 통해 몸 안으로 들어온다. 매연이나 농약 폐기물에 섞여 생태계로 배출된 다이옥신이 가축과 물고기의 지방에 쌓여 있다가 음식과 함께 섭취되는 것.

사람 몸 안으로 들어온 다이옥신은 지방조직과 간에 저장된다. 다이옥신은 지용성이라 배설을 통해 쉽게 몸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는다. 섭취된 다이옥신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는 5∼7년이 걸린다.

몸집이 큰 동물일수록 다이옥신의 영향이 약해지므로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다이옥신 하루 섭취허용량을 몸무게 kg당 4pg(피코그램·1pg은 1조분의 1g) 미만으로 보고 있다.

2002년 국립환경연구원의 ‘다이옥신 1일 허용섭취량’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은 kg당 1일 0.5pg의 다이옥신을 섭취한다. 그중 식품을 통한 섭취가 87.1%를 차지하고 흡입이 12.8%, 토양 노출이 0.1%이다.

잠재위험을 줄이려면 일상생활에서 다이옥신 섭취와 노출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 고무나 비닐을 태우지 않고, 플라스틱 그릇에 담거나 랩을 씌운 음식을 전자레인지에 넣지 않는다. 육류와 어류는 가능한 한 원산지를 확인한다.

(도움말=연세대 의대 환경공해연구소 양지연 교수, 삼성서울병원 성형외과 방사익 교수)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