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지난주 장성 인사 비리에 대해 “적법한 수사는 보장돼야 한다”며 “여론의 힘을 빌려 수사하는 관행은 적절하지도 적법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육군과 군 검찰을 동시에 겨냥한 경고였다. 군이 노 대통령의 경고에 부응하는 처신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자이기 때문이다.
육군과 군 검찰이 인사비리를 놓고 공방을 벌여 왔지만 대통령의 발언을 존중한다면 수사 상황에 대해 입을 다무는 것이 옳은 선택이다. 대다수 국민은 육군과 군 검찰이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중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군 검찰관 3명이 군 수뇌부의 수사 방해를 주장하며 집단으로 보직해임요청서를 내는 새로운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상명하복(上命下服)을 생명으로 삼는 군에서 대통령의 경고까지 거스를 정도로 군기(軍紀)가 무너진 것이 아닌가 하는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군 검찰은 국방장관이 구속영장 청구를 결재하지 않은 사실을 문제 삼았으나 해임 요청으로 맞설 정도로 심각한 ‘수사 방해’였는지는 의문이다. 사회에서도 검찰의 구속영장 신청이 기각되는 일은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 ‘인권 보호 차원에서 혐의 사실을 더 보강하라’고 한 윤광웅 국방부 장관의 지시는 장성 구속영장에 대한 결재권을 갖고 있는 장관의 당연한 권리가 아닌가. 영장을 보강하는 대신 집단적으로 반발한 군 검찰의 처신은 결코 신중해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수사로 군의 명예는 나날이 추락하고 있다. 정치적 의도로 수사가 시작됐으며 청와대가 수사의 진원지라는 의혹까지 제기돼 군을 자극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군 내부의 갈등이 지속되면 사태를 실체 이상으로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
국방부가 군 검찰관의 집단행동을 ‘항명’으로 판단하고 엄중 문책하기로 해 수사팀의 교체가 불가피해졌다. 육군과 군 검찰이 냉정을 회복해 수사 결과로 심판받겠다는 다짐을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