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딸 소진이가 곧 병마를 이겨낼 것으로 믿습니다.”
경남 창원시 명곡동 하만운 씨(36)는 백혈병을 앓고 있는 딸 소진이(8)와 뇌종양에 걸린 아내 박민숙 씨(34)의 간병을 위해 직장까지 그만두었다.
하 씨는 19일 “벌이가 없어 치료비 마련이 힘들다”면서도 “딸과 아내의 의지가 강한데다 주위의 격려로 용기를 잃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토목기사로 일하며 가족을 부양했던 하 씨는 비록 넉넉하지는 않았으나 오붓한 가정을 꾸려왔다.
하씨 집안에 걱정이 찾아든 것은 지난해 8월. 초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중 식욕이 떨어지고 다리에 멍이 많이 생긴 소진이를 데리고 가까운 병원을 찾을 때만 해도 감기정도로 생각했다. 병원을 전전하다 혈액 검사를 받고서야 백혈병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올해 초 골수이식 수술에 이어 항암치료로 상태가 좋아졌지만 재발이 우려돼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최근에는 치료 부작용으로 피부발진이 심해 고통이 크다.
소진이를 간호하다 올해 2월 병원에서 갑자기 경기를 일으키며 쓰러진 하 씨 아내는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하 씨가 직장을 그만둔 것도 이 때. 요즘은 항암제가 제대로 듣지 않아 민간요법을 알아보고 있다.
하 씨는 얼마 전 딸과 아내가 치료를 받는 진주 경상대병원 인근에 사글셋방을 얻었다. 위급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소진이 남동생(7)은 시골 할머니 댁에서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그동안 딸과 아내의 치료비로 들어간 돈은 1억여 원. 빚은 3000만원에 이른다.
최근에는 하 씨 가정의 어려움을 전해들은 창원시 명곡동 바르게살기위원회(위원장 현수일)가 일일찻집을 열고 300만원을 전달했다. 또 백혈병 소아암 환자를 돕는 단체인 ‘더불어 하나회(회장 안병익)’에서도 도움을 주고 있다.
이웃의 온정에 기댈 법 한데도 하 씨는 “우리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 많을 테니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문의 011-865-6217, 경남은행 641-22-0041518 하소진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