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교향악단(사진) 상임지휘자인 드미트리 키타옌코(60·러시아)가 17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이 악단 송년음악회를 마지막으로 6년 동안의 상임지휘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고 축하해야 할 일이지만 키타옌코 이후의 KBS 교향악단을 바라보는 음악 팬들의 눈은 우려로 가득 차 있다. 새 상임지휘자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KBS는 최근 객원지휘자들이 이끄는 내년 정기연주회 일정을 발표해 최소 1년 동안은 상임지휘자 없이 악단이 운영될 것임을 명백히 했다.
지휘자 박은성 씨(수원시향 상임지휘자)는 ‘상임지휘자 없는 악단운영은 매우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상임지휘자는 악단의 조련사이자 구심점이다. 긴 전통 속에서 탄탄한 앙상블을 구축한 악단이라면 잠시 동안의 상임지휘자 공백을 무리 없이 견딜 수 있지만 KBS 교향악단은 세계 수준에서 볼 때 아직 ‘학생’에 불과하다”라고 걱정했다.
KBS 교향악단 관계자는 “그동안 청중과 단원들로부터 호평 받은 객원지휘자 3, 4명을 중심으로 상임지휘자 초빙을 섭외해 왔으나, 최근 악단의 장기 발전안에 대한 컨설팅 작업이 시작되면서 지휘자 선정이 늦어지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한 음악 팬은 “악단을 잘 운영하기 위한 컨설팅 때문에 상임지휘자 공백을 초래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KBS교향악단의 한 운영위원은 “컨설팅 내용에는 KBS로부터의 독립안까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거대조직 속에서 무관심 때문에 찬밥신세로 밀려나 있는 것이 KBS 교향악단의 오늘이다. 문제는 독립할 경우 연 30억원이 넘는 예산을 조달할 방안을 찾기 어렵다는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자율적 경영도, 마땅히 책임지는 상급기관도 없고 연주력 향상이나 청중 동원에 대한 복안도 없이 표류하는 현실. 국가를 대표하는 ‘국립교향악단’에서 출발해 KBS로 이관된 지 23년이 지난 KBS교향악단의 현주소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