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씨가 공개한 가슴 X선 사진. 끝이 갈고리 모양인 철사(하얗게 표시된 것)가 심장 옆에서 시작해 아래로 이어져 있다.
“내 몸속에 길이 1m짜리 철사가 들어 있다니….”
경기 남양주시에 사는 이모 씨(56·여)는 최근 당뇨로 인해 몸이 부어 폐에 이상이 있는지를 알기 위해 경기 고양시의 A 병원에서 X선을 찍은 뒤 경악을 금치 못했다.
허벅지에서 심장 부근(왼쪽 쇄골하대동맥 시작 부위)까지 1m에 걸쳐 철사가 들어 있는 것이 X선 사진에 선명히 드러난 것.
조사 결과 이 철사는 지난해 3월 이씨가 당뇨의 부작용인 저혈당 쇼크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이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을 때 몸에 삽입된 것으로 밝혀졌다. 1년 10개월째 철사를 몸속에 넣고 지내온 것.
당시 의식이 없는 이 씨의 산소포화도 등을 측정하기 위해 의료진은 이 씨의 심장 부위까지 도관(카테터)을 집어넣어야 했다. 도관을 삽입하려면 먼저 철사를 넣고 도관이 혈관을 타고 심장부위까지 갈 수 있도록 한 뒤 철사를 빼야 한다.
이를 위해 의료진은 길이 1m, 지름 1mm의 철사를 이 씨 몸에 넣었다. 그런데 막상 도관을 삽입한 뒤 철사를 빼내는 걸 잊어버린 것.
이 씨는 철사를 제거하기 위해 20일 서울아산병원에서 검사를 받았지만 철사가 이미 혈관에 심하게 유착돼 제거하기 힘든 상태인 것으로 나왔다.
한 심장내과 의사는 “철사가 혈관과 유착돼 움직이지 않아 지금까지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앞으로 이 부위에 생길 수 있는 혈전을 예방하기 위해 혈전예방 치료제는 계속 복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 가족은 “수술하려니 생명에 지장을 주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동맥경화, 혈전 때문에 다른 혈관이 막힐까봐 불안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이진한 기자 likeday@donga.com